얼마전 52년간 목수.솜틀집일을 하며 모은 전재산 14억원을 서울대에
기증한 윤전수 이삼호부부의 미담이 크게 보도되었다. 연세도 각각
77세,73세이며 2남2녀를 길러 모두 출가시켰으니 우리사회의 "장한
어른들"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서울대가 그 성금을 남편이름만 따서 "윤전수 장학기금"이라
할 예정이라니 어딘지 부족한 느낌이 든다.
이 재산형성이 남편 혼자만의 힘이 아니었으며 더구나 스스로 솜틀집을
운영하고 자녀들을 훌륭하게 키운 아내의 공로 또한 장학기금속에 절반
이상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우리사회가 아직도 부창부수나 여필종부의 인습적 고정관념에 젖어
가문의 융성과 성공이 아내의 희생과 인내위에 이루어진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칭송과 영광은 모두 남편 몫으로 돌아가는 예가 적지 않다.
아내는 여전히 남편의 그늘속에서 "자기"보다는 누구의 아내 또는 어머니
라는 "역할"중심으로 나타날 뿐이다.

이런 사실은 필자의 집안에서도 절감하고 있는 일이다. 지난 50년간
어머님이 모시던 제사를 작년부터 우리집으로 모셔와 지내는데 선대
할머님들의 이름이 없다. 단순히 합천이씨,안동권씨등이며 족보에도
"<><>의 차녀"정도일 뿐이다. 이러다간 현재 장.노년세대 어머니들 역시
"역사적 기록"에 올라보지도 못하고 밀양손씨,광산김씨정도로만 남게 될
것이다.

남녀가 출생에서 사망에 이르기까지 각각 달리 살아가는 과정을 심리학
에서는 진지하게 연구하고 있다. 그결과 성역할이 결정되는 것은 해부학적
특성보다는 사회적 훈련과 교육때문이란 이론이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여성단체가 나서서 요구하기 전에 부부가 같이 이룬 업적은
공동명의를 붙여 주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또 가족들도 사전에 면밀히
검토해야겠지만 대학이나 언론기관등이 나서서 먼저 실천에 옮기는 것이
좋지 않을까. 감사패를 받는 남편옆에 묵묵히 서서 총장에게 90도로
인사하는 노부인의 청정한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