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과이라운드(UR)협상이 종결된 후 갑자기 바빠진 관세무역일반협정
(GATT)의 한 기구가 있다.

지난 71년에 설치된 이래 별다른 활동이 없어 유명무실했던 "환경적
조치와 국제무역에 관한 작업반"(약칭 환경무역작업반)이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간 것이다. 이 작업반이 맡은 일은 각국의 오염규제와 환경보호조치가
국제무역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것이다.

국제환경협약의 무역관련규정이 무차별.내국인대우.정책의 투명성이라는
GATT의 기본원칙에 부합하는지 여부와 포장규제및 환경마크제도등의
무역효과를 검토하고 있다.

GATT는 UR협상에서도 개별협정에 환경과 무역관련규정을 마련함으로써
그린라운드의 토대를 마련했다. 95년에 출범할 세계무역기구(WTO)협정은
전문에서 자원의 적정배분을 위한 지속가능한 개발및 환경보호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무역개발위원회의 설치규정과 함께 가칭 무역환경위원회를 둘수
있는 근거조항을 담고있다. 따라서 앞으로 그린라운드는 GATT의
기본틀안에서 WTO가 맡아 추진하게 됐다.

UR의 보조금협정에서는 환경보조금을 허용하고 있다. 이와함께
무역협상위원회 (TNC)로 하여금 무역과 환경의 긍정적인 상호관계증진
등을 위해 다자간무역체제의 수정이 필요한지를 검토하고 이에 필요한
작업일정및 담당기구설치에 관한 계획서를 올 4월 UR협정서명식을 갖게
될 각료회의에 제출토록하고 있다.

이같은 일련의 움직임은 GATT가 그린라운드에 착수하기 위한 물밑작업에
나섰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GATT의 기본입장변화를 감지할수있다.

지난 10년간 GATT의 무역분쟁패널은 환경보호를 내세운 무역규제를 둘러싼
여섯건의 무역분쟁을 심의했다. 미국(5건)과 태국이 제소된 이 분쟁을
해결한 GATT의 기본입장은 무역규제조치가 불가피한 경우에만 사용돼야
하며 환경정책의 대안으로 활용되지말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GATT는 국제적인 환경규제가 기존의 국제무역질서에 상당한 위협요소로
급부상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문제의 복잡성,각국의 다양한 입장,UR타결의
시급성 등으로 인해 이제까지 환경과 무역의 문제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지켜왔다. 그러나 무역자유화를 일관성있게 추진해온 GATT의 종전 다자간
무역협상(라운드)과는 달리 그린라운드는 성격상 무역을 규제하는 형태를
취할 수 밖에 없다.

GATT는 92년 리우지구정상회담에서 채택된 "의제21"에 GATT의
기존규정에는 없는 환경과 무역의 문제가 다수 포함돼 있음을 인식하고
의제21을 수용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다자간환경협약(MEA)이 비가입국을
차별대우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GATT의 이같은 태도변화는 환경보호를 요구하는 범지구적인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GATT가 환경보호에 역행하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

그린라운드는 종래의 다자간무역협상과 마찬가지로 선진국들,특히
환경문제에 관한한 가장 적극적인 유럽연합(EU)과 일본에 의해 주도될
것이다.

이러한 선진국들의 입장을 대변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는 지난
91년부터 무역위원회와 환경위원회로 합동작업반을 구성,환경정책과
무역정책을 조화롭게 통합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 합동작업반은
2개월마다 회의를 갖는 등 가장 체계적이고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이 합동작업반이 제시,오는 6월 각료이사회에서 확정지을 예정인 지침에는
배출부과금 예치금제도 보조금 상계관세 배출권거래 환경마크등 환경보호를
위한 경제적수단의 도입및 활용방안과 상품의 성분및 생산방식에 대한
규제수단활용방안등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OECD는 이에 앞선 72년 환경정책의 국제경제적 측면과 관련한 지침에서
<>오염자부담원칙 <>국가간 환경정책의 조화원칙 <>내국민대우및
무차별원칙 <>보상적 수입부과금및 수출환급금지원칙의 환경과 무역문제를
조화시키기 위한 4가지 원칙을 제시했었다.

통상 GATT의 다자간무역협상이 OECD를 중심으로 한 선진국간에 이뤄진
합의를 바탕으로 진행됐던 점을 감안하면 환경과 무역문제에 대한 OECD의
입장은 적어도 상당부분이 그린라운드에 반영될 것으로 점쳐진다. 이같은
흐름에서 볼 때 오는 96년 OECD가입을 추진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그린라운드
의 본격적 논의에 앞서 환경문제를 먼저 해결해야하는 상황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이 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