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세계경제는 아시아태평양지역이 주목받은 한해였다.

국제경제에서 차지하는 아태지역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지역국들이
부르짖은 우리도 공동체 라는 구호는 강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지난 11월19일 미국의 시애틀에서 열린 아태경제협력체(APEC)회의의
참가국들의 면면은 아태경제가 세계경제의 축소판임을 보여주는 것이
었다.

이곳에는 미국,일본,캐나다등과 같은 선진국과,한국,대만,싱가포르
같은 신흥공업국,아세안회원국 등의 후발개도국등이 모두 모였다.
공업국과 농업국이 있고 남북국(부국과 빈국)이 있고 중국처럼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추구하는 나라까지 있었다. 각국들은 인종과 역사 이념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참가국들의 상이점들은 이지역에 공동체의 출현을 가로막는 최대장애물로
지적돼왔다.
그러나 이처럼 모자이크를 연상시키는 아태지역에도,상호간의 차이를
뛰어넘는 핵심의 키워드는 경제 였다. 전세계적으로 경제우선주의가
시대적조류라는 사실은 올들어 더욱 분명히 드러났다. 참가국들은
경제이익을 위해서 하나의 지역경제공동체로 묶일 수있음을 확인했다.
세계가 주목한 것도 이같은 공통분모가 이지역을 지배해가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자칫 말잔치만으로 흘러버릴 가능성도 있었던 APEC시애틀정상및
각료회의는 세계경제현안이었던 우루과이라운드(UR)타결의 디딤돌이
되고 아태지역에도 실질적인 협력시대를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
회의였다. APEC회의는 UR타결로 연결되는 징검다리라는 성격을 갖는
것이었다. 이는 미국이 의도한 바였으며 회의는 사실상 의도대로 진행
됐다. 각국은 처한 입장이 달라도 경제적 이익을 저울질하면서 모일
수밖에 없었다.

회의장주변에서는 "이번회의는 APEC회의가 아니라 UR회의이다"라는
말까지 흘러나왔다.

미국은 공산물에 대한 관세인하계획 (무관세화범위확대등), 농산물
보조금축소와 예외없는 관세화등 UR관련사항에 대해 APEC이 적극적인
지지표명과 동참을 선언하도록 요구했다.

결국 APEC회원국들은 UR가 전세계경제성장과 번영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다는 공동인식을 선언문으로 담아내게 됐다. 특히 한국은 이과정에서
농산물관세화를 막기위해 공산품의 관세인하쪽에서 대폭적인 양보를
했다고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는 농산물의 관세화도 받아들여야만 할
대세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APEC회의를 통해 아태지역국가들이 UR타결로 다가가게 하는
기반정지작업을 한 것이다. 미국이 각국의 정상들까지 불러모아가면서
APEC회의를 주도한 것은 아태지역이 갖는 세계경제에서의 비중을 인정
하고 UR타결을 위해 이지역국가들의 동의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드러낸 것이다.

한편 아태지역이 실질적인 협력시대를 맞게 됐다는 것도 이번 시애틀
회의가 얻어낸 성과이다.

회원국들이 공동성명형식을 통해 이끌어낸 투자와 무역의 기본틀에
관한 선언과 이에 근거한 무역및 투자위원회(TIC)의 발족합의는 앞으로
역내무역관련규정을 정리, APEC가 구속력있는 기구로 등장하게 됨으로써
장기적인 관점에서 무역자유화의 주춧돌을 쌓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국으로서는 TIC의 첫번째 의장국을 맡아 역내국의 직업훈련 프로그램
설치를 제안하는 등 APEC내에서 주도적인 위치를 확고히 지켜나가게
됐다는 의미도 갖는 회의였다.

무엇보다도 APEC회의나 아태지역이 세계경제에서 큰의미를 갖는 것은
이지역이 유럽공동체(EC)로 대표되는 지역블록화의 대항세력으로 묶어
가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는 미국의 주도하에서 이뤄지고 있다.
경제우선정책을 대내외적으로 공포하고 나선 클린턴행정부는 아태지역의
자유무역화를 하부구조로 구축,이를 배경으로 세계경제의 자유무역화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아태지역이 세계경제의 중심축이 되고 있는 것이다.

( 박재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