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마침내 쌀개방 후속대책마련에 착수했다고 한다. 제네바에 가 있는
협상대표단이 결국은 미국등의 쌀시장개방요구를 수용, 관세화유예기간과
수입량등 개방에 따른 조건협상만 남겨놓은 상황이므로 당연한 순서이다.

쌀시장개방에 대한 각급단체의 항의성명과 집회,그중에서도 특히 농민들의
분노와 허탈한 모습은 지금 절정에 달해있다. 그런 분위기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수는 없다. 가능한한
빨리 정신을 가다듬고 살길을 찾아야한다.

쌀시장개방의 충격과 피해정도는 1차적으로 관세화유예기간의 길이와 최소
시장접근 물량의 크기에 따라 얼마간 달라질수 있다. 따라서 우선 정부가
최대한 유리한 조건을 금후의 협상에서 관철할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
하다.

그렇더라도 쌀시장개방이 일단 움직일수 없는 현실이 된 이상 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농업과 농민이 살아갈 우리나름의 후속대책이다. 그게 바로 충격
과 피해를 최소화할수 있는 근본대책이다.

후속대책은 빠를수록 좋다. 농민들의 불만과 불안감을 하루속히 진정
시키기 위해서도 그렇고 더이상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지키지 못할 "개방
불가, 절대불허" 약속대신 미리부터 개방이후 대책을 강구했던들 이렇게
급박한 상황까지 가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후속대책은 신중한 검토와 논의를 거쳐 마련돼야 한다. 그 내용은
어디까지나 쌀을 포함한 우리 농업의 경쟁력강화에 목표를 둬야 한다. 품질
에서 수입품과 확연하게 구분되고 코스트면에서도 경쟁가능해지도록 농정이
뒷받침하는 내용이어야 한다.

이미 여러갈래의 대책이 거론된다고 들린다. 휴경 또는 가격하락에 대한
직접소득보상제와 고령농민은퇴연금제 도입,수입이윤의 농업지원자금화등이
그것이다.

모든 방안과 지혜를 동원해야겠으나 단지 조속한 불안진정과 국면전환에
급급한 나머지 또다시 지키지 못할 약속, 실현성없는 대책을 서둘러 내놓는
일은 삼가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특히 심각한 것은 쌀개방사실 자체보다
이번 일로 정부에 대한 신뢰가 크게 훼손된 점이다. 신뢰회복을 위해서도
후속대책은 믿을만 하고 납득할 내용이어야 한다.

한편 후속대책은 쌀뿐아니라 14개 다른 농작물도 고려해야한다. 쌀에 가려
쌀에 못지 않게 중요한 다른 개방 작물들이 소외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요컨대 농업구조개선과 경쟁력강화에 박차를 가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