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김형철 특파원]일본은 우리나라보다 먼저 쌀시장개방 방침을 정해
놓고 시장개방에 대비해왔다.

일본은 지난9월 정부차원에서 쌀시장개방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미국 EC등 쌀시장개방을 강력히 요구해온 UR협상파트너들과 개방조건을
최대한 유리하게 확보하기위해 노력해왔다.

현재까지 알려진바로는 쌀시장의 완전자유화,즉 예외없는 관세화를 6년간
유예한다는 단서와 함께 이6년동안 쌀시장을 최소시장접근방식에 맞춰
부분개방키로 했다.

UR협정이 발효되는 95년에 일본쌀소비량의 4%를 일반관세율로 수입한 다음
매년 연차적으로 수입량을 늘려 오는 2000년에는 쌀소비량의 8%를 수입한다
는 것이 일본 쌀시장 개방안의 주요 골자이다. 이후 다시 미국측과 협상을
벌여 쌀시장을 UR협상 원칙인 "예외없는 관세화"에 맞춰 완전 개방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때는 값비싼 국내쌀과 값싼 국제쌀간의 가격차이를
관세로 환산,관세율을 확정하게 된다.

현재로서는 대략 완전개방초기연도(2001년께)에 6백~7백%의 수입관세를
외국산쌀에 물릴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후 연도별로 점차 관세율을
낮춰갈 것으로 보인다.

일본농수산성은 쌀시장개방계획에 맞춰 이미 21세기를 향한 "새로운 식료.
농업.농촌정책의 방향"을 마련해놓고 있다. 이는 대규모 농가의 육성으로
생산코스트를 낮춰 해외로부터의 시장개방에 대처하겠다는 포석이다.

이 신농정방침에 따르면 현재 3백83만가구에 달하는 농가를 오는 2000년
까지는 2백50만~3백만가구로 줄여 경지면적을 대규모화한다는 것이다. 우선
10~20ha의 미작대농을 5만가구로 현재보다 3배정도 늘린다. 또 쌀과 밭작물
을 함께 생산하는 복합경영농가(5~10ha)를 10만가구로 2배정도 확대한다.

이와함께 개별경영방식의 대규모쌀경작이 어려운 경우 여러개의 취락을
묶어 조직적인 경영에 나서도록 할 방침이다.

현재 일본전국농가 3백83만가구가운데 학교를 졸업하고 후계자의 길을
선택한 젊은이는 1천8백명에 불과하다. 이는 농사규모가 큰농가의 경우도
농업소득이 연간 4백90만엔에 불과한 것과 무관치 않다. 일본정부는 타산업
과의 소득격차를 줄여 2000년에는 농가소득을 8백만엔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하고 있다. 또 연간 노동시간도 1천8백~2천시간으로 할수 있는
과학적인 영농방식을 보급한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

일본정부는 값싼 외국쌀에 대응키위해 기업들에 의한 대규모 경작도 유도
한다는 방침을 마련해놓고 있다. 이와함께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등 남미쪽
에서 쌀을 생산해 들여온다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일본기업들중에는 이미 "쌀사업"에 손을 댄 곳이 있다. 최대 맥주업체인
기린맥주는 "인디카"라는 동남아산 쌀을 일본의 풍토와 입맛에 맞게 개량,
상품화 단계에 있다.다만 지금까지는 쌀의 생산 유통 판매 가격을 정부가
일원화 관리하는 식량관리제도로 마음대로 생산판매할수 없고 몇몇 생산자
에게 위탁생산하고 있다.

이제 쌀시장이 개방될 경우 이런 기업들은 빛을 보게 된다. 일본의 쌀관련
산업의 규모가 3조엔규모에 달하는 까닭이다. 지방자치단체나 농협들도 신
품종 개량에 열심이다. 니가타현이나 시바타시, 농협연구소들은 맛있는 쌀,
병충해에 강한 쌀을 개발하기위해 10년이상 연구개발활동을 계속해오고
있다. 일종의 특화전략을 쓰고 있는 것이다.

또 농가의 일손부족을 돕고 생산단가를 줄이기 위해 농가 농협등이 공동
으로 농업경영수탁전문회사를 세우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소규모 농가에
대한 기계농이 가능하게 된다.

이토추어그리시스템이라는 회사는 토질개량제나 농업기자재사업에 손대고
있다. 이것도 결국은 쌀시장개방과 관련이 있다.

쌀시장개방논의와 더불어 일본에서는 현행 식량관리제에 대한 논의도 한창
이다. 쌀의 안정생산 공급을 목적으로한 이 제도가 오히려 쌀의 안정공급을
해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규제정책을 풀어 쌀의 자주
생산 및 유통을 보장하면 전업농가의 생산의욕을 고취,생산성이 대폭 향상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렇게되면 연간 3천억~1조엔이 들어가는 식량관리
예산을 농업후계자 양성이나 소작농의 전업지원등으로 돌려쓸 수 있다는
것이다.

쌀시장이 개방될 경우 한일간의 농업격차는 더 벌어질게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