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연합회가 이상철 신임회장을 맞아 변신을 할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간 연합회는 은행으로부터 회비를 받아 운영하면서도 은행의 공동
이익보다는 정부,특히 재무부의 "시녀"비슷한 역할을 해왔다는 지적이
있었던터라 "자율"로 뽑은 새회장을 맞아 새시대에 걸맞게 변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이회장도 1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를 의식한듯 "은행의 의견을
수렴해서 정부에 건의하는 기능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으나 이에 대한
은행들의 신뢰가 높은 것은 아니다. 이는 과거 연합회의 역할에 대한
은행권의 회의적이고 부정적인 시각 때문이다.

연합회가 공식 출범한 것은 지난 84년5월. 김준성 초대회장이후 신병현
정춘택 회장등 역대회장들이 모두 관출신이라는 점에서 연합회의 성격은
관변단체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었다. 임원들도 부분적으로 관직에 연을
두었던 인물들이 많았다.

한시중은행관계자는 "은행의 이익을 위해 로비를 해야할 단체가 위쪽
눈치만 살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물론 이같은 평가에 대해 연합회관계자들은 "숨은 노력"을 몰라주는
야속한 소리라고 반박하고 있으나 금융전반이 규제를 받던 시대에는
연합회가 은행을 위해 뛸 여지가 상대적으로 적었던게 사실이다.

이제 금융자율화가 가속적으로 확대돼 은행들은 스스로 공동이익을 위해
연합회의 기능을 더욱 활성화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은행협회(ABA)는 요즘들어서도 강력한 로비활동으로 은행권의
이익대변에 앞장서고 있어 귀감이 된다. 미은행협회는 작년6월 은행영업에
장애가 되는 각종 규제의 완화를 당시 부시행정부에 건의했고 클린턴
정부에도 이를 강력히 요청했다. 우리나라 연합회도 규제완화를 건의한
적이 있으나 이는 정부정책의 "앞장구"에 불과한 것이다.

국내은행들은 연합회가 많은 일을 해주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이회장의 앞날이 그다지 밝은
것만은 아니다.

회장선임을 위한 투표과정에서 14개 시중은행 11개 특수은행 및 10개
지방은행간에 노출된 갈등을 수습하고 한곳으로 힘을 모으기가 그리
쉽지않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이회장은 국민은행장을 지낸 특수은행 출신
이어서 시중은행장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가 의문시된다.

지방은행은 차치하고라고 시중은행도 특수은행은 기본적으로 성격이 달라
연합회라는 한배를 타고 가는게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한때
시중은행들은 연합회에서 탈퇴,별도의 협회를 운영하자고 주장한적도
있으며 지금도 이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은행장들이 적지 않다.

회장 선임 초기에 우리도 일본처럼 시중은행장들이 비상근으로 돌아가면서
맡자고 제안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은행별로 부담하는 연합회 운영경비가 다르지만 큰 은행들은 한 은행당
1년에 6억원정도씩 내고 있다. "경비가 아깝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연합회가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소리를 새회장을 맞은 연합회는 새겨들어야
한다는게 중론이다.

<고광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