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업계가 활로모색을 위해 수출증대에 주력하고 있다.
가격경쟁력 약화와 판매부진으로 열병을 앓고 있는 시계업계가 수출시장개
척과 유통질서자정으로 활기를 되찾으려는 노력이 한창인 가운데 10일 다섯
번째 시계의 날을 맞는다.
시계인들은 이날 호텔 소피텔앰배서더 서울에서 기념행사를 갖는다.
오찬과 기념사등으로만 채워지던 시계의 날 행사가 처음으로 세미나 위주로
꾸며졌다. 재도약을 위한 업계의 고민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시계없는 사람은 없다"는 모토로 고정시장 퍼담기식의 급성장을 거듭하던
시계산업은 89년을 고비로 공급과잉기에 접어들었다. 작년 국내 시계판매액
은 수입시계를 포함,약3천억원인데 반해 국내 생산액은 4천억원이나 된다.
호황기에는 1개월 전후였던 제조업체와 소매점간 결제기간은 1년에 육박하
고있고 외상매출채권액이 1년 전체매출과 맞먹고 있다. 출고조차 되지 않은
완제품및 부품재고까지 합하면 생산액과 입금액의 격차는 상상을 넘어선다.
자금난으로 외상은 헐값에 정리되고 제품사이클이 짧아져 재고의 자산가치
조차 떨어지고 있다.
이같은 국면에서 업계는 수출과 유통정비에 관심을 쏟고있다.
포화상태의 국내 시장에서는 출혈경쟁이 필연적이므로 아프리카 중동 남미
등 미개척시장으로 해외영업 담당자들이 뛰고 있다.
특히 중소업계의 각개약진이 두드러진다. 로렌스 아동산업 로만손등 기존
의 수출거장들 외에도 솔로몬시계 카미노 산도스 루브르 그랑프리등이 착실
히 수출을 늘려가고 있다.
수출은 수익성이 내수보다 훨씬 떨어지지만 자금순환 면에서 한몫을 하고
있다. 원가에 팔고 소액수출에 대한 관세환급만 받아도 내수에서 생기는 금
리부담을 감수하는것보다 낫다는것. 바이어들의 경쟁조장에 휘말리지 않고
적정 단가를 고수하면서 고정거래선을 확보하려는 업체도 늘고 있다.
유통질서 정비는 그야말로 시계업계의 숙원이다. 소매점에서 발생하는 고
질적인 무자료거래나 할인판매의 관행으로 인해 제조업체의 이익이 하락을
거듭해와서다. 진열대에 제품을 올려놓기라도 하려면 소매업체의 마진을 1
백%까지 보장해주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전국 1만2천개 시계 소매점중 95%가 과세특례자라는 말에서도 알수있듯 상
거래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제조업체 도소매업체가 협력망을 짜기도 쉽지않
다. 조합내에 이름뿐인 기구들만 옥상옥으로 생겨왔다. 조합은 영세업체를
회원사로 끌어들여 협력을 위한 토대마련에 힘쓰고 있다.
유통정비를 위해 업계가 지금 기대하고 있는 것은 실명제의 정착.
"안방조립"이라고 부르는 영세업체들의 난입을 막고 가격체제를 바로잡을수
있어서다.
국내 업계는 부품가공기술을 토대로 수출시장개척과 유통망 정비를 계속하
면서 고유 브랜드를 육성해야하는 과제를 안고있다.
사업근황을 묻는 인사말에 "전반적으로 어렵다"는 업계 관계자의 대답을
당분간은 더 들어야할 형편이지만 침체기에 접어든지 5년이나 된만큼 재도
약을 위한 업계의 재편도 기대할만한 때가 온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