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정상회담을 계기로 한일간의 경제협력관계가 새로운 전기를 맞고있다.

김영삼대통령과 호소카와 모리히로(세천호희)일본총리는 "과거사문제를
극복하고 21세기를 내다보는 미래지향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하자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구체적으로 한일 신경제협력기구를 설치키로 합의했다.
또 민간차원에서 양국 지도급인사들이 "솔직한 대화"를 통해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발전시키기위한 한일포럼을 설치,오는 12월6~7일 "탈냉전기
아태지역의 한국과 일본"이란 주제로 서울에서 첫회의를 갖기로했다.
이에따라 앞으로 정부차원의 한일 신경제협력기구와 민간차원의 한일포럼을
중심으로 <>무역불균형<>기술협력<>일본 건설시장개방등 한일간의
경제현안이 상당히 구체적으로 해결될것으로 예상되고있다.

이번 정상회담이 한일간의 산적한 경제문제를 극복하는 돌파구로
기대되는것은 지금까지의 정상회담과는 달리 "선언적"차원을 뛰어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우선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과거와는 달리 보다
전향적 태도를 보였다. 한국측은 앞으로 "경제는 경제논리로 풀어간다"는
태도를 표명,과거사에서 벗어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일본측도
기술이전이나 무역등이 모두 민간차원에서 이뤄진다며 정부가 전면에
나서는 것조차 회피해오던 과거의 입장에서 탈피,무역장벽이 높다는 것을
솔직히 인정하고 이를 시정할것이라고 밝혀 양국 경제문제해결의 걸림돌을
제거했다. 또 양국정상이 모두 내로라하는 개혁주의자인데다 어려움을
겪고있는 양국경제가 서로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있다는 현실도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결실을 예견케 하고있다.

무역불균형문제의 경우 호소카와총리가 "일본이 많은 수입규제를 하고
있다"고 인정하고 "이런 규제를 완화토록 지시했다"고 밝힌점으로 미뤄
당장은 아니더라도 일본의 비관세장벽이 서서히 낮아질것으로
기대되고있다. 현재 일본은 우리의 주종 수출품목인 가방 의류 신발
석유화확제품등에 10~40%의 관세율을 부과하고 있으며 수입쿼터등을 엄격히
적용하고있다.

기술협력문제도 지금까지와는 다를것으로 예상되고있다. 당장 일본정부의
일본기업의 대한투자를 확대하기위한 적극적인 조치가 예상되는데다
일본기업도 신엔고시대를 맞아 해외투자전략면에서 한국기업과 손을
잡아야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어서이다.

연간 시장규모가 6천6백억달러로 세계최대를 자랑하는 일본의
건설시장개방도 재계가 기대하는 부분이다. 호소카와총리는
"건설시장개방에대한 각종 규제도 줄일 방침"이라고 밝혀 국내업체의
가장 당면 문제인 입찰자격사전심사(PQ)가 상당히 완화될것으로 업계는
보고있다.

그러나 이런 기대가 구체화 되기까지는 난관이 없는것도 아니다. 양국
정상회담에서는 매번 "무역불균형"시정등에 합의하고도 진전된것은 별로
없었던게 그동안의 경험이었다. 또 설혹 일본정부의 의지가 강하다고해도
정부실무진이나 민간기업들의 태도변화가 없는한 실질적인 협력은
기대난인것도 사실이다.

어쨌든 이번 경주정상회담은 이전과는 분명 다른 양국 경제관계발전의
획기적인 계기를 마련한 것만은 분명하다. 이번 계기가 결실을 맺고
"가깝고도 먼나라"인 두나라가 동반자관계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양국
관계자와 기업들의 진지한 자세가 뒷받침돼야 한다는게 중론이다.

<하영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