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제철 서울산악회는 우리회사 직장동호인회의 하나이다.

대개의 동호인회가 그러하듯 거창한 목적이나 인위적인 명분의 내세움없이
그저 산이좋아 함께 다니다보니 자연스럽게 하나의 "모임"을 형성하게
되었다. 거듭되는 산행으로 많은 시간을 같이 나누다보니,공유하는 추억의
편리들이 쌓여 바쁜 직장생활속에서도 오다가다 마주칠 때면 가벼운 눈웃음
만으로 진한 유대감을 느낄수 있다.

내가 산과 인연을 맺게된 것은 79년1월이었다. 늘어만가는 허리싸이즈에
막연한 불안을 느끼고 있던 차에,등산을 하면 군살도 빠지고 건강유지에
그만이라는 현재 산악회 회장을 말고있는 금송냉연판매부장의 권유에 따라
무작정 겨울산에 도전하게 됐다.

지금 생각해보면 유난히 겨울 산해을 좋아하는 김부장의 동행자 물색에
재수없이 걸려든 처지였지만, 당시만 해도 이름조차 생소했던 아이젠,
스팻치, 오버트라우져등 적설기 산행의 필수장비를 그날로 남대문시장에서
구입, 배낭을 꾸린 우리일행은 다음날 설레이는 마음으로 그 유명한 금강
운수의 용대리행 버스를 탔다.

그때 필자와 함께 솔깃하여 걸려든 사람중 하나가,현재 포철 중국 광주
사무소장인 조병욱부장으로, 그는 그 이후 산에 빠져 광양제철소 근무시
남도 일원의 산을 미친듯 다니다가,현재는 중국의 명산을 설렵중이란다.

포철 서울산악회의 모산은 북한산이다. 매년 4월1일(이날은 회사의 창립
기념일로 휴무이다)이 되면 평창동 해원사에서 보현봉을 거쳐 대남문에
이르는 정기 산행후 시산제를 갖고,전 회원은 비닐봉투를 지급받아 하산
하기까지 쓰레기 수거 경진대회를 벌이며 무게에 따라 순위를 결정, 각종
산행도구를 상품으로 받는다. 벌써 10여년이상 계속되어온 이 행사는 해가
갈수록 수상자의 무게가 줄어든다. 그만큼 우리의 자연보호의식이 높아진
덕분이리라.

때때로 현재의 조말수사장님이 동행할 때면 부상으로 두둑한 막걸리 값이
하사되기도 한다.

우리회사 산악회 회원들은 정명식회장님이 한국산악회장으로 계신것을 큰
자랑으로 생각한다. 그분의 조용한 성격과 후덕한 인격도 필시 산행에서
닦아진 것이리라 생각되어, 나는 후배회원들에게 단순한 산행이 아닌 인격
도야와 인생의 배움터로써 산을 적극 권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