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쓰다이라에게 집중되어 있던 장내의 모든 시선이 메이지천황에게로
옮겨갔다. 천황의 반응이 어떤가 싶어서였다. 장내는 한층 숨막히는
듯한 긴장감에 휩싸였다.

어린 메이지천황은 곤혹스러운 표정을 하얀 얼굴에 떠올리며 힐끗
이와쿠라를 바라보았다. 그 눈에는 어떻게 했으면 좋을지 모르겠다는
그런 빛이 역력히 담겨 있었다.

천황의 그 눈빛과 마주친 이와쿠라는 대뜸 차분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뢰었다.

"폐하,이미 왕정복고의 대호령이 내려지지 않았습니까. 진정한 왕정복고를
이루기 위해서는 요시노부에게 사관납지를 명하는 것이 백번 타당한 일인
줄 압니다. 그가 어명을 순순히 좇아서 어김없이 사관납지를 이행하면
그다음에 그의 신정부 참여 여부를 논의하는 것이 순서일 것입니다.
그러니까 우선은 사관납지의 어명을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와쿠라는 시선을 옮겨 마쓰다이라와 야마노우치를 번갈아
바라보며, "이의를 제기하셨던 여러 분들께서도 그쯤 아시고,유신의
대의에 따라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이렇게 말했다.

장내의 숨막히는 듯했던 긴장감이 한결 풀리는 느낌이었다.

그러자 재빨리 총재인 아리스가와노미야가 천황을 향해 입을 열었다.

"폐하,이제 폐하께서 성단(성단)을 내리셔야겠습니다. 어떻게 하시렵니까?
도쿠가와요시노부에게 사관납지를 명령하시겠습니까?" "좋아요. 그렇게
하겠소"
메이지천황은 이렇게 간단히 응답했다.

천황을 향해 꿇어앉아 있던 마쓰다이라는 나직이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숙여 배례를 했다. 그리고 힘없이 일어나 자기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어명이 떨어진 이상 이제 일은 끝난 것이었다.

그렇게 유신정부의 대개혁을 위한 첫번째 어전회의는 격론 끝에 피까지는
보지 않고 막을 내렸다.

어명을 요시노부에게 전달하는 임무는 마쓰다이라요시나가와
도쿠가와요시가쓰에게 부여되었다. 그들 두 사람이 가장 연로할뿐
아니라,요시노부와 같은 도쿠가와 가문 출신이기도 했고,또 평소에 비교적
가까이 지내온 터여서 두 사람이 가서 잘 설득을 하면 어쩌면 일이 원만히
매듭 지어질 것 같았던 것이다.

두 사람은 요시노부를 구제하려고 야마노우치의 주장에 동조하기는
했으나,원래 온건한 성품인데다가 또 이미 천하의 대세는 판가름이 난
것으로 알고서 속으로는 내키지가 않았지만,도리없이 그 임무를 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