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지금순간 처해있는 어려운 현실을 단적으로 설명하자면
"아니불"자가 앞에 붙은 다음 세 단어로 족할것 같다. 불황과 불확실성,
그리고 불신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경제는 누가 뭐래도 지금 심각한 불황에 빠져 있다. 4%의 성장을
갖고 무슨 불황운운 하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우리와 같은 그룹의
경쟁국인 대만에서는 지금 6%의 성장률을 갖고 경제위기논쟁이 한창이다.
정작 우리의 성장률은 상반기중 3.8%에 지나지 않았으며 냉해에다 금융
실명제등 여파로 하반기사정은 더욱 어려운울 분명한데도 그렇게 심각하게
는 생각하지 않는 모습이다. 하지만 실물경제 현장의 불황호소는 전절에
가깝다는게 세간의 얘기다.

정부의 경제정책과 운용방향,다른 말로 하자면 신경제의 향후 전개방향과
장래의 국내외경기향방에 대한 짙은 불확실성은 불황현실이상으로 심각한
문제이다. 2단계금리 자유화와 업종전문화등 이미 예고된 시책들마저
한결같이 구체내용은 불투명하여 기업들의 경영전략마련을 어렵게 하고
있으며 앞이 잘 안보이는 상황에서 투자활성화를 기대할수는 없는 현실
이다.

불신은 비단 정부정책에 대해서 뿐아니라 기업간, 기업과 소비자간 등
경제주체 전반에서 지적해야할 문제이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정책의
신뢰성 상실이다. 3월하순의 경제활성화 100일계획으로 부터 7월초의 신경제
5개년계획, 그리고 8월의 금융실명제 전격실시등으로 숨가쁘게 이어져
오면서 정부정책에대한 신뢰는 갈수록 엷어졌다. 자연 불확실성도 증폭
되었다. 게다가 일련의 개혁작업과 변화는 민간 경제주체들간에도 두터운
불신의 벽을 조성함으로써 돈과 상품흐름에 보이지않는 애로가 되고 있다.

이런 상황속에 정부가 지난21일 경제장관회의를 갖고 4.4분기중에
추진하거나 마무리할 시책을 논의한 것은 여러모로 주목이 간다. 이날
회의에서 정부는 수출촉진과 물가안정 설비투자추진등 모두 11개시책을
중점 추진과제로 골라 오는 29일과 내달 5일및 12일등 구체적인 일정까지
정해 매듭짓기로 했는데 앞서 설명한 3가지 문제, 그중에서도 특히
불확실성의 조기제거에 많은 도움이 될것 같다.

우리경제에서 지금 무엇보다 걱정스런것은 정책의 표류현상이다. 누가
챙기고 있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가 분명하다. 그것은 일차적으로 경제장관
들의 책임이다. 새해 경제운용계획의 틀과 방향도 최대한 빨리 제시해
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