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의 기아자동차 주식매집으로 빚어진 파문은 양당사자가 더이상의
확산을 막자는데 합의함으로써 일단 수습국면으로 접어든 느낌이다.

19일 양측 대표간의 회동에서 삼성측은 주식을 처분키로했고 기아는
삼성에 대한 비난광고 게재계획을 철회키로해 표면적인 분쟁은 일단락된
양상이다.

하지만 삼성측이 과연 주식을 얼마나 처분할 것인지가 아직은 불투명
한데다 이번 사안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아직 정리되지 않아 여전히
여진을 남겨놓고 있다.

결국 양당사자의 속셈은 확인되지 않은채 "해명"만으로 겉불만 꺼진
셈이다. 특히 이번사건이 돌발적인 "사고"로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될수 있는 유형이라는 점에서 차제에 자본시장육성과 산업정책방향간의
관계를 명확히 정리하는 작업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일단 외양만 보면 소동은 진정되고 있다. 삼성생명은 20일 증시에
기아자동차주식을 내놓았다. 삼성의 매각계획이 알려지면서 하한가를
기록해 팔지는 못했으나 매각을 실천에 옮긴것만은 분명하다.

삼성측은 앞으로도 기아측이 "납득할수 있는"만큼의 주식을 추가로 처분할
계획이기도 하다. 기아측도 이미 예정돼있던 대외적인 공세를 중지했다.

문제는 양당사자의 이면적인 움직임인데 양측은 서로 상대를 불신하는
상태인것 같다. 우선 삼성측이 주식을 얼마나 팔지를 기아측이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내놓고 말하진 않지만 삼성의 주식매각은 여론의 동향을
의식한 임기응변으로 보고있다.

실제로 삼성 스스로도 매각물량과 시기를 밝히지 않고있다. 주식매각
물량과 시기를 꺼내놓고 말한다는것이 상식에 맞지 않기는 하지만 "납득할
수 있는"이라는 단서부터가 의심을 갖기에 충분하다는 시각이다.

주가가 떨어지기 때문에 팔수 없었다고 해명하면 반론을 펼 여지가 없다는
말이다. 삼성측도 "매매손을 보면서까지 팔수는 없다"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이번에 삼성이 기아의 주식을 매집한 배경에 자동차사업이
걸려있는만큼 매각규모는 흉내를 내는 수준에 그칠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신규사업을 벌이려면 사람도 필요하고 노하우도 확보해야 하는데
기아가 그중 가장 만만한 상대가 아니냐는 해석이다.

특히 삼성측으로써는 승용차사업 신규참여를 가장 극렬하게 반대하는
기아측의 입김을 무슨수를 써서라도 죄일 필요가 있다는 점을 든다.
삼성측이 기아의 경영권장악을 기도하진 않았더라도 최소한 기아에
경각심을 상기시킬 의향이 있는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주식을 팔더라도 그
규모가 많지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기아측은 5%이상 주식을 소유하면 주총소집요구나 업무검사
회계장부열람등의 소액주주권 행사가 가능한점을 들어 삼성이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우려하고있다.

삼성생명이 더이상은 기아의 주식을 매입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나 기아측이
믿으려들지 않는것도 이 때문이다. 또 삼성생명이 일련의 행동방침을
결정하는 과정에 그룹비서실의 지침을 받은것으로 알려져 의구심이 완전히
가셔지기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다.

이와함께 정부가 애매모호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는 점도 여진의 불씨로
작용하고 있다. 계열소속의 금융기관을 내세운 주식매집이 과연 바람직
한가에 대한 당국의 시각이 분명치 않다는 점이다.

삼성과 기아간의 "화해"로 당장의 소요는 꺼졌지만 "기업매수합병"과
"경영권분쟁"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의 대응방식에 따라 이번같은 사안이 아예 공식인정되는 계기가
될수도 있기 때문에 정부가 이를 수용할것인지,아니면 재발방지책을 마련할
것인지를 명확히 해야한다는 지적이다.

결국 이번 사건해결의 근본적인 해결의 열쇠는 당국으로 넘어가 있다고
할수밖에 없다.

<송재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