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오금동에 본사를 둔 한샘퍼시스(대표 손동창)는 경기도
성남과 충북 음성군및 중원군에 있는 3개공장에서 책상 의자 벽칸막이
캐비닛등을 생산하는 사무용가구전문업체이다.

종업원이 4백50명인 이회사는 사무용가구업계에서 상당히 두려운 존재로
부상했다. 창업한지 10년밖에 안됐지만 업계선두에 올라서서 고속으로
질주하고 있어서이다.

바둑으로 비유하자면 기라성과 같은 고수들이 진을 치고 있는 가운데
혜성같이 나타나 천하를 제패한 이창호와 비슷한 존재라 할수 있다.

이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2백92억원. 대형가구업체들의 사무용가구매출이
1백억원안팎인 수준과 비교해 3배가량 많은 것이다.

올해매출은 9월까지 2백90억원에 달했고 연말까지 5백억원을 목표로
잡고있다.

국내에 진출한 조지아생명보험등 외국인기업의 상당수가 이회사 제품으로
사무실을 꾸몄고 삼성 대우 한진 금호등 대기업도 이회사의 주요 고객이다.

이 회사는 단지 내수에서만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게 아니다. 해외시장도
빠른 속도로 개척하고 있다.

수출이 지난 91년 5백66만달러, 지난해 6백56만달러에 달했고
올해는 1천만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회사의 수출방식은 독특하다. 대다수의 업체들이 해외로 세일즈맨을
내보내 시장을 개척하지만 이회사는 사람을 내보내는 일이 많지 않다.
주로 바이어들이 찾아와 상담한다.

수출용이라고 더 정성을 쏟아 만드는 일도 없고 국내시장에 팔던 것과
똑같은 제품을 선적한다. 따라서 일부 수출품은 박스에 한글로 인쇄된채
배에 실리기도 한다.

수출품은 1백% 고유브랜드인 "퍼시스"로 나간다. 이 회사는 바이어가
아무리 좋은 조건을 제시해도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을 요구하면
그자리에서 상담을 중단한다.

대신 품질과 가격면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수 있도록 노력하는게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바이어의 의견을 경청하고 제품에 반영한다.

또 국별로 1개업체와만 거래해 이들을 현지 총판으로 활용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현재 싱가포르 홍콩 등 동남아와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지역 약 20개국에 이같은 방식으로 수출하고 있다. 현지광고는 물론
거래선이 하고있다.

고유브랜드로 수출하면서 돈한푼 안들이고 브랜드를 홍보하고 앉아서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물론 제품의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어 가능한 것이다.
한 예로 일본 호오도쿠(방덕)사의 홍콩현지법인은 연간 매출의 60%를
한샘퍼시스제품으로 채운다.

호오도쿠는 일본의 유명한 사무용의자업체이고 일본에도 세계적인
사무용가구업체들이 많이 있지만 호오도쿠의 홍콩현지법인은 제품구색이나
품질등 여러측면에서 한샘퍼시스제품을 취급하는게 유리하다고 판단해서다.

손동창사장(45)이 한샘퍼시스를 창업한 것은 부엌가구업체인 한샘에서
근무한 게 계기가 되었다. 경기공전 산업디자인학과를 나와 76년에 한샘에
입사한 그는 생산현장을 두루 거쳐 계열사인 한샘산업의 이사를 역임하고
83년 독립했다.

서울 성수동에 한샘공업(87년에 한샘퍼시스로 상호변경)을 설립한 그는
처음엔 씽크대 상판을 만들어 한샘에 납품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 85년부터 사무용가구사업에 뛰어들었다.

사무용가구를 시작한 동기는 당시의 국내사무용가구가 구태의연한 방식의
철재가구가 대부분일 정도로 낙후된 반면 앞으로의 수요는 무궁무진할
것으로 판단해서였다.

특히 대기업을 중심으로 사무자동화바람이 불기 시작해 사무용가구도 이에
걸맞게 바꿀 필요성이 커지던 때였다.

또 그동안 부엌가구생산에서 익힌 기술을 최대한 활용할 수있는
분야이기도 했다.

손사장은 합판이나 파티클보드에 멜라민을 입힌뒤 가장자리를 둥글게
가공하는 포스트포밍기법을 직접 개발할 정도로 생산분야에 자신이
있었지만 사무용가구를 곧바로 시장에 내놓지 않았다. 처음부터 완벽하지
않으면 소비자에게 좋은 이미지를 줄수 없다며 제품디자인에서 가공 도장
끝마무리에 이르기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

제품에 조금이라도 불량이 생기면 전량 파기했다. 마음에 드는 제품이
나오지 않을땐 며칠밤을 기계옆에서 자기도 했다고 한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국내에 진출한 외국인기업으로부터 먼저 품질을
인정받기 시작했고 제품생산 불과 2년만인 87년엔 GD마크를 획득하기도
했다.

89년엔 세계일류화업체로 선정됐고 국내가구업계 처음으로 회사부설
가구연구소를 설치했다. 이 연구소에선 대졸연구원 20여명이 새로운
디자인과 재질등을 연구하고 있다.

유전적인 영향때문인지 20대때부터 머리가 희어지기 시작해 벌써 백발이
성성한 그는 앞으로 수년안에 미국의 허먼밀러나 독일의 쾨니히사와 같은
굴지의 사무용가구업체들과 세계 주요무대에서 정면대결을 벌일 계획이라고
설명한다. 이를 계기로 한샘퍼시스를 명실상부한 세계일류기업으로
도약시킨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김낙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