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는 연초에 기대했던 것처럼 회복세가 나타나지 않아 계속
침체상태에 있다. 미.일.EC등 모두가 실업으로 골치를 앓고 있으며
그렇다고 가까운 장래에 경기가 눈에 띄게 좋아질 전망도 없다. 말하자면
모두가 나름대로의 구조적 불황에 휩싸여 있는 것이다.

세계경제가 이처럼 동시적 불황에 빠져있다고 해서 선진국들이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세계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미.일.독등 선진국들은
어려울때야말로 우열을 판가름할 호기라고 생각하여 경제전쟁에의
임전태세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각국이 경제활성화대책을
내놓고 있거나 추진중이다.

미국의 경쟁력회복대책은 정부 주도적 역할보다는 기업차원의 자구노력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국제화시대에서 경제의 가장 큰 주체는 기업이라는
판단때문이다. 그래서 행정규제의 대폭적인 완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작은정부를 지향하기위해 25만명의 공무원감원을 계획하고 있다.

미국은 통상정책에서도 거시지표보다는 수치목표를 내세운 관리무역쪽으로
흐르고 있다. 개별산업이 세계시장에서 활기찬 활동을 할수 있도록
하는데에 정책의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저금리로
설비투자가 촉진되고 있다. 올해 2.4분기중 설비투자는 전년비 7. 1%나
늘어나 4년만의 최고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결과로 일본에 대해
주눅들어 있던 반도체 자동차등 산업이 이제는 무서울 것이 없다는
자신감을 회복하고 있다.

수출경쟁력보다는 무역흑자와 내수침체로 불황에 빠진 일본도
경기활성화대책을 서두르고 있다. 호소카와 모리히로(세천호희)총리는
재정에서 1조엔을 풀어 사회간접시설에 투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엔고차익환원과 행정규제완화도 경기대책에 포함되어 있다. 이밖에도 감세
중소기업체질강화대책 투자촉진책 재할인율및 단기금리인하등이 강구되고
있다. 내수부진과 엔고에 따른 수출타격등 기업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아울러 국민생활의 향상까지 꾀하고 있는 일본의 경기대책은 경제대국의
내실을 더 공고히 하려는 것으로 주목되고 있다.

통독비용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독일은 9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가 주요 금리인 재할인율과 롬바르트금리를 각각 0.5%포인트씩
인하하여 경기를 부추기고 있다. 이것은 그동안 우려했던 인플레이션이
진정기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취해진 것이다. 또한 1. 4분기중
마이너스1. 5%를 기록했던 독일의 GDP성장률이 2. 4분기엔 0.
5%성장세로 돌아선 것도 경기회복의 청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독일은
중장기적으로 복지제도의 재검토및 감세등을 통해 경쟁력을 제고하려는
근본적 처방까지 모색하고 있다.

미.일.독등 경제강국이외의 EC제국 동남아국가들도 경기회복및
경쟁력강화대책을 앞퉈 내놓고 있다. 정책의 주류는 감세 금리인하
행정규제완화이며 여기에는 국제경쟁의 주체는 기업들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국경개념이 희박해지고 있는 국제화시대에선 정부의 힘은 세계적
트레이드마크가 될수 없고 기업들의 브랜드만이 통용되기 때문일 것이다.

이와 같은 많은 경쟁국들의 경제활성화대책은 결코 우리에게 불구경거리가
아니다. 우리의 국경도 열려 있을뿐 아니라 우리도 이미 세계속에서
장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금융실명제와 공직자재산공개
뒤처리에 여념이 없어 우리를 압박해올것이 뻔한 경쟁국의 움직임에 눈을
주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의 경제환경은 경쟁국들이 추구하는 것과는
반대로 고금리 고세금 고규제속에 놓여있다.

구태여 낮은 것을 찾아보면 저기술과 저의욕과 경제에 대한 저관심이
있다. 특히 요즘엔 경제행위에 대한 행정의 저서비스도 빼놓을수 없다.
우리의 경쟁력이 마구 밀리고 있는 이 판국에 불리한 수준은 턱없이 높고
유리한 수준은 말이 아니게 낮은 이 구조를 그대로 놔두고 경제활성화를
말해봤자 의미가 없다. 경제적 기본조건이 어느정도 엇비슷해야 겨뤄볼
마음이 생기고 투자의 활성화도 기대할수 있는 것이다.

경제력이 우리보다 훨씬 앞서있는 선진국들의 경제활성화노력을 잠시라도
한눈팔지 말고 지켜봐야 한다. 그리고 대응해야 한다. 사정에는 성공하고
경제에는 실패하면 사정의 뜻까지 실패한다. 사정도 성공시키고 경제도
성공시켜야만 새로운 세기에 낙오하지 않고 살아갈수 있다. 이것이 우리
모두의 소망이지만 우리는 거기서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미.일.독등의 경제대책이 시사하는 것은 간단하다. 국제화시대에서의
경제대응책은 우물안식이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금리가 경쟁국보다 너무 높아서도 안되고 세금이 너무 무거워서도 안되며
행정규제가 경제행위를 속박해서도 안된다는 점이다. 그것들은
폐쇄경제때의 유물이며 기업들에 불리한 싸움을 강요하는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