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섬유 >>

섬유제품유통의 중심상권인 동대문 남대문시장의 원단거래가 격감,섬유
업계전반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실에서 원단 봉제로 이어지는 상품가공
및 유통단계에서 재래시장의 원단유통이 마비됨으로써 자금이 묶여 추석을
앞두고 원단판매업소 중소직물업체의 연쇄도산이 우려되고 있고 그 여파가
대형 원사업체에까지 밀려올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원단거래격감은 예년의 경우 8월20일께부터 추석대목을 겨냥한
상품제작에 나섰던 봉제업자들이 아직 아무런 움직임을 나타내지 않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거래자료노출에 따른 두려움과 원단확보를 위한
자금조달의 어려움이 겹쳤기 때문이다.

1백30여 봉제업소가 밀집해 있는 남대문 부르뎅아동복 도매상가의 한
상인은 "그동안 관행적으로 해온 무자료거래를 노출시킬 경우 세금부담이
엄청나 당분간 정부의 보완조치를 지켜보자는 입장이고 무엇보다 사업자금
의 상당부분을 의존해온 사채가 묶여 추석장사는 거의 포기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에따라 이미 지난7월 출고된 원단들이 동대문시장등의 원단대리점
특약점 등에 대량으로 쌓여있다. 이들 제품이 소화되지 않아 월말이
다가오면서 자금난을 겪고 있다.

제일합섬의 금경재 패션직물판매부장은 "실명제실시이후 얼어붙은 밑바닥
시장의 영향이 아직 대형소재업체에까지 미치지는 않고있다."면서
"그러나 추석대목을 놓치면서 판매대금회수의 어려움,수요격감이 우려된다"
고 털어놓는다.

브랜드의류업체들은 이미 상품제작을 마치고 매장에 물건을 내놓고 있어
당장 어려움을 겪지는 않고 있다. 유명 의류업체들은 재래시장이 얼어
붙으면서 오히려 브랜드의류의 판매가 늘지않을까 하는 기대도 하고있다.

그러나 9월의 할인판매가 지난후 재고처리에는 상당한 곤란을 겪을 것으로
보고있다. 무자료거래를 해온 재고처리업자들의 인수물량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있기 때문이다.

<< 전자 >>

삼성전자 금성사 대우전자등 가전업체들은 대리점을 통해 정상적으로
제품이 공급되기 때문에 금융실명제 실시에 따른 피해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삼성전자관계자는 "모든 가전업체들이 실명자료를 근거로 대리점에 제품을
보내왔기 때문에 실명제실시로 인한 매출액 감소 등의 영향은 없다."고
밝혔다.

금성사관계자도 "금융실명제 실시이후 자금회전이 안되거나 매출이 줄어드
는 현상은 아직까지 보이지 않고있다."고 밝히고 "금융실명제 이후 용산
전자상가 청계천 전자상가 등 무자료 덤핑시장이 타격을 받게돼 유통거래
시장질서가 바로잡히고 있다."며 금융실명제 실시를 긍정적으로 평가.

가전업계는 용산 청계천 전자상가 등의 경우 대리점들이 자금회전 등을
이유로 제품들을 덤핑으로 처분해 왔으나 금융실명제 실시이후 무자료거래
가 거의 불가능해져 덤핑시장에서 팔리던 물량이 점차 대리점판매로 바뀔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일부에서는 일부 가전업체들이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무자료
거래시장에 의도적으로 덤핑물량을 공급해왔다고 주장하고 앞으로는 가전
업체들간에 있어왔던 덤핑시장을 통한 시장경쟁은 없어질 것으로 내다
봤다.

<< 자동차 >>

아직 판매에 큰영향을 받지는 않고 있다.

자동차업계가 이달들어 지난25일까지 판매한 자동차는 총 7만3천25대로
작년 같은기간의 6만1천7백69대에 비해 오히려 18.2%가 늘었다. 계약고도
25일까지 11만1백20대로 작년동기의 7만7천8백47대보다 41.5%나 증가했다.

그러나 각업체의 일선 영업소에서는 소비자들의 심리적 위축과 공채매입
문제로 판매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많다. 또 실명제 실시이후 할부금
회수율이 크게 떨어지고 있어 당분간 자동차업계의 자금사정도 빡빡해질
전망이다.

과거에는 자동차업체가 공채할인을 맡아 처리해 줬으나 이제는 차량구입자
들이 직접 공채를 매입,이를 증권회사나 은행에서 할인받아야 한다. 때문에
구매자들이 일시적인 자금부담을 안아야 하는데다 불편도 많아져 차량구입
을 당분간 미루는 사람들도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이미 판매된 차량의 할부금 회수율이 낮아지고 있는데 특히 법인고객
상당수가 자금사정을 이유로 할부금을 연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기아자동차 서울역 지점 이상호 소장은 "실명제실시에 따른 판매나 계약의
타격은 좀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그러나 할부금 회수율이 과거보다
10%가량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차량 할부금을 자동이체로 납부하는 사례가 많아 자동이체계좌를
실명화하지 않을 경우 이체가 불가능해 대부분 할부금납부일이 몰려있는
월말에는 할부금 회수율이 더욱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 철강 >>

대부분의 거래가 실명화돼있어 직접적인 영향은 미미하나 고철수급에는
장차 적지않은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철강은 소재라는 제품의 성격상 제조업체와 수요업체간 직거래 비중이
매우 높고 수요업체가 대부분 대기업이기 때문에 무자료거래가 극히
드물다. 부분적으로 일반수요자를 대상으로하는 철근과 강관의 경우 유통
과정에서 40~50%가 자료없이 거래되는 것으로 추정되긴 하나 유통판매비중
이 10~20%에 불과하기 때문에 제조업체들에는 큰 영향을 주지않을 것으로
철강업계는 보고있다.

그러나 전기로업체들의 원료조달에는 앞으로 적지않은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업체가 원료로 쓰는 고철이 수집단계에서 대부분
자료없이 거래되고있기 때문이다.

고철은 중간상들이 수집상에 구매자금을 선지급한후 물건을 인수하는
형태로 거래가 이루어진다. 따라서 실명제로 돈흐름이 노출될 것을 우려,
중간상들이 전처럼 활발하게 움직이지 않고있고 그로인해 고철수집물량이
조금씩 줄어드는 양상을 보이고있다는 설명이다.

전기로 업체들은 고철 소요량의 42.3%(금년 1~5월기준)를 고물상들이 수집
하는 것으로 충당하고있다.

<<시멘트 >>

업계는 생산되는 시멘트의 75%가량을 건설업체나 레미콘업체 등 실수요
업체에 벌크형태로 공급하고 나머지 25%정도를 포장시멘트로 대리점에 공급
하고 있으나 대부분 자료거래로 이뤄져 실명제실시에 따른 큰 영향은 없다
고 밝히고 있다.

다만 대리점들이 다시 건재상이나 영세 주택업자들과 거래를 할때 이들의
요청으로 일부 무자료로 거래하는 경우가 있으나 전체 시멘트 소비량에서
이들 물량이 차지하는 부분은 극히 미미해 시멘트의 판매에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다.

또한 시멘트대리점들은 일반 가전대리점등에 비해서는 자금력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아 사채시장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알려지고있다.

<< 유화,정유 >>

석유화학업계는 합섬업체 등 대기업에서부터 플라스틱 가공업체에 이르는
대부분의 수요업체들과 정상적인 거래관계를 유지해온 관계로 별다른 타격
을 받지않고 있다.

일부가공업체에서 석유화학업체로부터 공급받은 원료의 일부를 무자료로
다시 가공업체에 넘기고는 있으나 물량이 워낙 적어 전체시장에는 영향을
못미칠 정도이다.

석유류 부문에서는 가정용 등.경유를 무자료로 석유판매소에 공급해온
대형부판점이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대형부판점들은 가정용 등.경유의 일반가정용 공급권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이점을 활용,싼값에 등.경유를 유통대리점들로 부터 공급받아 왔다.

일부 부판점은 싼값에 공급받은 등.경유를 거꾸로 주유소에 파는 등 유통
질서를 깨뜨리고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비정상적인 거래관행이 실명제실시로 노출이 불가피해짐에 따라
부판점들은 가정용 등.경유판매에 차질을 빚을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