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실명제실시후 무기명장기채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있다. 거의
모든 금융상품들이 실명화되어야 하는데 반해 무기명 장기채권은
조세시효(5년,상속증여는 10년)가 끝날때까지 오랫동안 비실명상태로
은닉해둘수 있어 "검은 돈"은 유입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어서다.
실제 실명제이후 채권시장에선 무기명장기채권을 팔려는 사람이 없어 일부
품귀현상까지 빚고있는 실정이기도하다.

돈있는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는 장기채는 국민주택이나 지하철채권
지역개발채권등 만기가 5년이상인 국공채.지방채들이다. 이들 채권은
실명으로 전환할 필요가 없어 만기때까지 이름을 밝히지 않고 돈을
은닉해둘 수 있다. 또 수요가 많은 탓에 만기전이라도 무기명으로
현금화할수 있는 사채유통시장도 형성되어있다. 국민주택채 2종은 만기가
20년이어서 세금없는 상속이나 증여가 가능한 점도 인기를 모으는 대목이다.

만기가 5년이 넘는 무기명 장기채권시장규모는 10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7월말현재 비실명대상채권의 잔액은 국민주택채권
1종(만기 5년)이 4조6,204억원, 국민주택채 2종(만기 20년)2조1,245억원,
지하철공채(만기 5~9년) 1조5,252억원등 이 세종류의 채권만도 잔액이
8조2,700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도로공채 지역개발채권등과 일부
지방채를 포함하면 10조원은 충분히 넘을 것이란 계산이다. 물론
장기채권도 상당수는 기관투자가들이 보유하고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자금순환표상에 나타나는 채권의 개인보유비율은 지난 3월말 현재 7.3%선.
이를 적용하면 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전체 채권잔액은 1조원에서 4조원선
이라고 볼수 있으며 이중 비실명채권잔액은 6,000억원에서 1조9,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무기명장기채권은 새정부출범이후 강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작년말부터
정부의 두차례에 걸친 금리인하조치로 회사채등 일반채권금리가
하향조정양상을 보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거래가 늘며 값도 오름세를
나타냈다. 새정부의 강력한 사정활동과 임기중 실명제실시예고로 이미
검은 돈들이 숨을곳을 찾기시작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말 1만원당 6,800백원하던 국민주택채권 1종은 7월말엔 7,145원으로
올랐고 2,800원하던 국민주택채권 2종은 3,874원으로 뛰었다. "8.12"실명제
실시이후 잔뜩 움추려 들었던 사채시장에서도 이들 무기명장기채권은 가장
빠르게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모든 금융상품의 매매가 거의 두절됐음에서
실명제실시 바로 다음주부터 서서히 거래가 시작됐다. 사채중개상들은
"금융기관에 묶여있는 전주들의 돈이 풀이면 이들 장기채의 값이 오르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이들 시장에 대해 장미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무기명 장기채권이 실명제가 불가피한 다른 금융자산과 형평이 맞지않을
뿐더러 자칫 실명제의 탈출구로 악용될 우려가 있어 제도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