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강변도로를 따라 계속 달리다 행주대교를 조금 지나면 자유로로
이어진다. 시원스레 뚫린 이 도로를 따라 북으로 북으로 달리면 작년에
준공된 통일동산이 나온다.

통일동산의 주차장은 넓었다. 그리고 이 주차장에서 북측을 전망할수
있는 통일전망대까지는 1.2km 의 거리라고 한다.

"주차장에서 통일전망대까지는 1.2km 입니다. 이곳에서 운행되는
대형버스는 노약자및 몸이 불편한 사람을 위하여 무료로 운행되는
차량이오니 걸을수 있는 사람은 걸어서 갑시다. 여러분이 줄서서 기다리는
시간이면 여러분은 통일전망대에 도착하실수 있습니다"

차를 타기 위하여 늘어선 줄은 무척 길었다. 그러나 스피커에서 버스를
이용하라고 하는 노약자나 몸이 불편한 사람보다 젊고 건장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등산하는 기분으로 그냥 걸어서 통일전망대에 도착하였는데,
어떻게 보면 도시생활에 젖은 사람에게는 부담감을 줄수도 있는 그런 거리
였던 것같다. 통일전망대에서도 끊임없이 차량 탑승에 대한 안내방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걸을수 있는 사람은 걸어갑시다. 그리고 다음 다음에는 꼭 버스를
타주십시오"

끊임없이 울려퍼지는 약간 코믹하기도한 안내방송은 버스를 타기 위해
늘어선 사람들의 긴 행렬에 의해 철저히 무시되고 있었다.

자신의 편리함만 추구하는 관광객의 시민의식도 문제지만 현실여건을
무시한 관리사무소의 안내방송도 문제인 것같다. 이와같은 일들은
우리생활주변에서 흔히 볼수 있는 문제이면서도 지나쳐 버리기 쉬운
일들이기도 하다. 그러나 규칙이나 질서가 잘 지켜지기 위해서는
요구하는 측의 입장과 이를 지켜야 하는 자 사이에 어느정도 공감대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잔디밭에 "들어가지 마시오"라고
팻말을 설치하기 전에 잔디밭 가운데로 작은 길 하나 내줄 필요는 없나
먼저 생각해 보는 역지사지의 배려, 그것이야말로 조화로운 사회의 기본
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