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가 급등세를 거듭,달러당 1백엔대시대를 열었다. 16일 뉴욕 런던에서
장중 1백1엔선을 뚫었던 엔화는 17일 동경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백.40엔
에 장을 마쳐 종가기준으로도 1백엔대에 들어섰다.

지난해말 달러당 1백25엔선에 머물렀던 엔화는 이로써 올들어서만 20%
가량 상승했다. 주요선진국간 엔화강세유도합의가 이뤄졌던 지난85년의
플라자합의직전에 비해서는 60%이상 뛰어올랐다. 단기적으로뿐아니라
장기적으로도 엔화가 상승일변도를 걷고 있는 것이다. 원화에 대한
환율역시 1백엔당 8백원선에 육박했다.

그러나 호소카와 모리히로(세천호희)일본총리는 17일 "당분간 선진국들의
시장개입을 요청할 생각이 없다"고 밝혀 엔화의 추가상승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이러한 엔화의 상승은 국제통화질서재편은 물론 각국기업의
가격경쟁력조정등을 통해 세계경제전체에도 큰 파급효과를 일으킬게
틀림없다. 한국경제 역시 이같은 변화속에서 새로운 적응을 강요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엔화상승의 최대요인은 무엇보다도 일본의 막대한 무역흑자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있다. 지난7월의 경우 일본의 무역수지흑자는 1백18억
달러에 달해 전년동기대비 28%나 증가했다. 이로써 일본무역수지흑자는
31개월째 증가세를 계속했으며 올들어서의 누계액만도 6백91억달러에
이르고있다. 올전체의 무역흑자는 1천억달러를 넘어섰던 지난해보다도
대폭 확대될것이 확실하다. 대규모 대일무역적자를 면치못하고 있는 미국
이나 EC등 주요교역상대들로부터의 무역흑자축소 및 엔화강세유도압력이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ERM(유럽환율조정체계)불안과 함께 외환시장의 투기자금이 엔화매수에
쏠리고 있는 현상도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외환딜러들은
유럽금융시장불안요인이 완전해소되지 않는한 엔화가 갖는 안전판으로서의
기능이 빛을 잃지 않을 것으로 보고있다. 이를 반영, 유럽의 중심통화로
볼수있는 마르크화도 최근 마르크당 60엔대가 붕괴되는등 엔화에 대한
약세가 계속되고 있다. 안심할 수있는 통화는 엔화뿐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투자자들이 유럽통화를 내다파는 대신 엔화를 거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경제가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는 있지만 여타국가들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라는 점도 엔강세의 한 저변을 형성하고 있다.
일본의 올 GNP(국민총생산)성장률은 정부의 목표치인 3%대에는 이르지
못하더라도 2%안팎의 성장은 이룰수 있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경기회복이 기대보다 느린 미국이나 마이너스성장만 면하면 다행이라는
유럽국에 비해서는 투자자들의 신뢰도가 더 높을 수밖에 없다.

달러화에 대한 엔화의 1백엔대환율시대개막은 세계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외환시장에서의 거래비중증대와 투자자들의 신뢰도제고를
반영, 엔화가 세계경제내에서 갖는 의미와 비중이 재평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국가통화들간의 환율체제가 재조정됨으로써 국제통화질서도
재편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이는 국제무역거래등에서 엔화사용비중이
점차 확대되면서 엔화가 "세계통화"로서 본격 자리잡게 될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특히 각국정부나 기업들이 엔화의 추가상승가능성등을 예상,
엔화보유규모를 크게 늘리려 할 경우 이같은 추세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엔화급등은 세계무역 패턴에도 큰 변화를 몰고올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상품의 경쟁력이 세계최고 수준이라고는 하지만 상당분야에서는
엔급등으로 인한 경쟁력약화를 겪을수 밖에 없고 이는 여타 국가기업들에
수출확대 및 시장점유율 회복기회를 제공할 전망이다.

지난 85년의 플라자합의직전 달러당2백50엔선을 나타냈던 엔화가 86년
1백60엔, 87년 1백30엔대까지 급상승하면서 한국 대만등 소위
신흥공업국들의 수출이 크게 늘었던 선례는 이같은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최근 성장세가 주춤해지고 있는 신흥공업국들은 이번 엔상승기를 재도약의
기회를 활용키위해 총력을 경주할 것이 분명하다. 미국.유럽기업들도
일본기업들의 시장점유율하락에 힘입어 경영상 다소 숨통을 틀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엔강세가 각국의 경제정책선택여지를 넓혀 경기회복을 돕게될 가능성도
생각할 수있다.

일본의 수출둔화는 여타국가들의 무역수지개선이란 형태로 연결될 가능성
이 크고 이는 무역적자축소를 최대과제의 하나로 삼아온 미국등 주요국정부
들이 국내경제문제에 더욱 매진할수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들어 미정부가 물가상승을 자극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약간의 경기부양
조치만 해준다고 하더라도 그동안 누적된 엔강세에 따른 가격경쟁력회복,
저금리혜택등의 조건이 맞물려 미기업들의 경영여건이 빠른 회복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고 이는 또 세계전체경제회복에도 기여할 수 있는 것이다.

엔강세와 관련, 일본정부가 취할 수 있는 대응책이 거의 없다는 점도
세계경기회복에는 플러스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정부로서는
엔화급등세를 지켜보고만 있을 것이냐, 아니면 상승완화책을 취할 것이냐의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고 볼 수있다. 선진국간 협조를 통해 엔화시세를 안정
시킬 수 있다면 별다른 문제겠지만 무역적자에 시달리는 여타국가들은
인플레압력등 눈에 보이는 부작용이 없을 경우 일본에 적극 협력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이경우 일본이 선택할 수있는 방안은 무역흑자축소를 위해
수입을 늘리는 길이며 이는 곧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을 취할 수도 있음을
뜻한다. 일본의 수입확대는 여타국가들의 수출증대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엔화급등은 생산비용절감등을 겨냥한 일본기업들의 해외생산을 가속화
시키는 효과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한국 대만등 일본으로부터의
자본재수입비중이 높은 나라들의 경우는 국가전체적으로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대일무역적자는 더욱 확대되는 부작용도 낳을 것으로 전망된다.

엔화의 달러화에 대한 1백엔대시대개막은 결국 세계경제전체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 분명하다.

<이봉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