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운회라.

청운이란 무엇인가? 국어사전에는 "청운:빛깔이 푸르게 보이는 구름, 높은
명예나 벼슬을 이르는 말로 입신출세 하려는 대망"이라고 되어 있다.
그런데 우리 청운회는 높은 명예,벼슬,입신출세 따위와는 전혀 인연이 없는
친구들의 모임이다. 그저 글자 그대로 푸른 구름의 모임이다.

구름은 구름되어 푸른 기운이 도는,젊은 구름이고자 붙인 이름이다. 호적
상으로는 모두 이순을 바라보는 나이지만,우리는 지금도 40대 후반으로
자처하여 희희낙락하는 푸른 구름들이다.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59년도 졸업동창 중에서 슬금슬금 아홉사람이 얽혀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월 한번씩(세째 일요일)모이기를 어느덧 20년,
강석진 (동덕약국),김기철(대창약국),김홍대(동진약국),박준욱(세영공업
대표),이종화(커뮤니게이션학 박사),장용탁 (신풍제약 대표),정기윤
(중앙약국) 정주원(운영약국),그리고 광고를 하는 필자. 이렇게 아홉사람
이다.

외도를 하는 세사람을 빼곤 다를 전공분야에서 훌륭하게 성공한 약업인
이다.

그저 평범하게 등산이나 하면서 순진무구하게 떠들고 노는 소박한 모임
이다. 골프도 고스톱도 안 하면서 뭣이 그리 재미있는지,이젠 청운회 묘지
를 마련해서 저 세상에서도 함께 놀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근년에 우리
는 좀 특별한,어찌 보면 사치스런 재미를 즐기게 되었는데,그것은 벌써 5년
째 연중행사로 계속하고 있는 부부동반 해외연수다. 우리는 해외여행이라
하지 않고 해외연수라 부른다.

청운회에는 해외연수 갈때 여행사에 지불하는 경비 외에 각자 가지고
나가는 외화액수를 총무에게 신고하는 재미있는 제도가 있다. 자연스럽게
가구당 300불 이하로 자율규제가 된다. 그래서 김포공항을 나갈 때와 들어
올때의 우리의 휴대품엔 거의 변함이 없다.

가져오는 물건이 별로 없다. 주로 무엇을 가져 오는가? 이번에 미국서부
연수에서 우리가 가져온 것은 무엇인가? 로스앤젤리스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길가에서 유유히 석유를 퍼올리고 있는 기계들,샌프란시스코
근처 야산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는 수많은 바람개비 풍력 발전기들의 인상.
우리 땅에는 퍼올릴 것도 캐낼 것도 없는데 이런 생각들을 가지고 돌아온
것이다. 자식들에게도 그런 이야기 처럼 좋은 선물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