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여름''을 밀쳐내고 오곡백과를 튼실하게 하는 `막바지 더위''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인가.
`불청객'' 로빈이 우리나라를 비켜가 한시름 놓긴 했으나 `지난 80년이
래 최대의 냉해'' 우려가 높아지면서 벼이삭이 패고 과실이 여무는 데 가
장 중요한 앞으로 열흘 남짓의 날씨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냉해의 `주범''은 낮은 기온과 일조시간 부족으로 80년과 올 여름 날씨
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80년 7.8월 평균기온은 여느해에 비해 2도 이상 낮았다. 흐리고 비온
날이 많아 햇볕 든 시간은 7월에 평년의 60% 수준이었다가 8월 들어서는
절반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이에 비하면 올해는 이상저온 현상이 `주범''인 셈이다.
지난 7월말까지 일조시간은 평년의 85% 정도를 유지했으나 기온은 내륙.
영동지방이 여느해보다 4~6도나 낮은 것을 비롯해 대부분의 지방에서 3
도 이상 차를 보였다. 또 영동지방이 지난 6월말부터 저온현상을 보이는
등 그 기간도 훨씬 길었다.
이런 기상이변에 대해 기상청은 여름철 우리나라를 지배하는 두개의 커
다란 공기덩어리(기단) 사이에 균형이 깨진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무덥고 습한 북태평양 기단의 세력이 현저하게 약한 반면 차고 건조한
오호츠크해기단이 이상 발달해 찬공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이다.
예년이면 장마기간에 오호츠크해 기단과 겨루다 만주벌판까지 진출해
우리나라 전역에 무덥고 불쾌한 날씨를 몰고와야 할 북태평양 기단은 `반
짝'' 며칠을 빼고는 올 여름 내내 일본 동남쪽 해상에 움츠리고 있다.
그나마 이번 태풍이 많은 비를 뿌리기는 했으나 동북방향으로 이동하면
서 막강한 오호츠크해 기단의 위세를 막아내 당분간은 다른해와 같은 더
위를 되찾을 수 있을 전망이다.
그러나 북태평양 기단이 여전히 기력을 되찾지 못한데다 다음주초 다시
한번 기압골의 영향으로 비가 내릴 것이라는 게 기상청의 전망이어서 섣
불리 마음을 놓을 수는 없다. 또 20일 이후면 이미 여름의 `끝물''로 접어
드는 것이다.
이렇듯 기상이변의 가닥이 어느정도 잡히기는 하지만 그 근본원인을 설
명하지 못하는 게 현대과학의 한계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