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굴지의 해운업체인 범양상선을 상대로 정부고위층을 통해 회사경영을
도와주도록 하겠다며 4년6개월동안 1백억원을 받아챙긴 사기범이 검찰에 붙
잡혔다.

서울지검 특수1부(조용국부장.양인석검사)는 9일 범양상선 대표이사 박승
주씨(31)에게 접근,은행채무변제기일 연기및 금융지원 국세청의 상속세감면
처리 경영권유지등에 도움을 주겠다며 지난 88년3월부터 92년9월까지 99억9
천여만원을 가로챈 전대호원양(주)대표 김문찬씨(43.서울 서초구 방배동)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위반(사기)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김씨가 가명계좌로 송금받은 1백억원을 돈세탁한뒤 캐나다계 노바
스코셔은행과 뱅크 오브 아메리카은행에서 양도성예금증서(CD)를 구입해 제
일투자금융과 신한투자금융에 예치해 현재 이자를 포함,1백2억원으로 늘어
난 사실을 확인하고 이들 투자금융회사에 이돈의 지급정지를 요청했다.

검찰은 김씨가 고위층을빙자,유사한 범행을 저지르다 고발된 전력이 있는
데다 사취한 돈을 자신과 친척의 명의로 관리해온 점등에 비추어 단독범행
으로 잠정 결론지었으나 4년여동안 1백억원대의 자금이 건네지는등 의혹이
많다고 판단,배후및 공범관계 정치권과 금융계등에 대한 로비가 있었는지
의 여부에 대해 계속 조사키로 했다.

검찰수사결과 김씨는 지난 87년4월 당시 박건석회장의 자살로 범양상선과
계열사의 경영권을 넘겨받은 박회장의 외아들 승주씨가 미국유학중 귀국,국
내 사정에 어두운 틈을 타 "고위층을 통해 뒤를 봐주겠다"며 접근,월 2천만
원씩 12억6천만원을 수고비 명목으로 가로채고 범양상선의 은행채무상환연
기를 위한 로비자금으로 47억원을 받는등 모두 49억9천만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92년9월 범양상선의 법정관리로 범행이 탄로나기직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달아난뒤 올 6월28일 은밀히 귀국해 승주씨와 재접촉하다 7월19일
검거됐다.

검찰관계자는 김씨가 사취한 1백2억원의 돈이 대부분 남아 있는것과 관련,
"사기행각이 탄로날것을 우려한 김씨가 미국으로 도피,미처 돈을 사용할 기
회를 갖지 못한데다 범양상선이 공매처분될 경우 이를 매입하기 위한 자금
으로 사용하려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