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정부투자기관에 대한 대수술작업을 벌이는 것은 김영삼대통령의
"작은 정부"취지에 맞추어 "최소로 필요한 수의 공기업"을 두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수있다.

정부투자기관을 포함한 공기업이 경영이 방만하고 민간기업에 비해 효율이
떨어진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그러나 이에대한 처방은
그때마다 땜질식으로 일관해왔다. 지난 80년대초의 정부투자기관 정비도
부분적 손질이었고 최근의 이사장제도 개선도 비효율을 근본적으로
걷어내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번 작업은 부분적 "개선"이 아닌 전면적 "개혁"이 될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경제기획원에 수술용 메스를 쥐어준 쪽이 청와대라는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 김대통령의 취임초부터 청와대비서실팀은 정부투자기관의
정비계획을 구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는 2단계 행정기구개편때
"손"을 볼려고 했다는게 정설이다. 그러나 2단계개편이 예상보다 늦어짐에
따라 정부투자기관을 먼저 도마에 올리게 됐다는게 기획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진행중인 정부투자기관에 대한 사정작업과 더불어 조직개편작업이
이루어지는 점도 전면개혁의 가능성을 짐작케 만들고 있다. 사실
정부고위층에서는 정부투자기관이 온갖 비리에도 불구하고 "사정의
사각지대"로 남아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최근 한전부사장의 뇌물수수혐의
조사도 이같은 맥락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현행조직을 그대로 놓아두고는 이같은 구조적 비리를 막을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이번 조직개편은 단순한 정비차원이 아니라 조직의 존폐문제를
건드리게 된 것이다.

때문에 경제기획원이 현재 검토중인 종합개편안은 개혁의 이름에 값할만큼
혁신적이다.

혁신의 틀은 크게 3가지. 성격이 비슷한 기관을 통폐합하자는게 그하나고
설립목적을 달성해 정부가 더이상 간여할 필요가 없는 부문의 민영화
하겠다는것,그리고 경영효율을 높이기 위한 경영혁신방안이 그것이다.

통합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기관은 석탄공사와 광업진흥공사,주택공사와
토지개발공사이다. 또 수자원공사와 수리조합,농어촌진흥공사와
농지개량조합은 유사기능을 통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들은 하는
일이 비슷하거나 서로관련성이 커 별도로 놓아두는 것보다는 한데 묶어두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것이다.

국민은행 담배인삼공사 국정교과서 한국통신은 기존의 민영화계획대로
일을 추진하되 추진시기를 올해로 앞당긴 것이 눈에 띤다. 한국전력
중소기업은행 주택은행등은 정부가 일단 소유권을 보유하면서 과다한
지분을 털어낸다는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경영혁신방안은 비대해진 조직을 슬림화 시키겠다는게 골자다.
그래서 혁신의 초점은 조직축소와 보수조정에 모아지고 있다.

조직축소의 핵심은 기득권세력으로 자리를 굳힌 노조를 정비하는 동시에
세분화된 직급을 대폭 축소하는데 있다.

일례로 노조전임자를 점차 줄여나가겠다는 구상이 그것이다.
이경식부총리도 노조전임자의 한국가스공사(정부투자기관)경력이 있는
이경식부총리가 점진축소에 찬성하고 있는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현재
23개 정부투자기관의 노조전임자는 모두4백5명으로 노조원 1천명당 평균
4명이다. 미국(1명)일본(2명)에 비해 너무 많다는 것이다. 한국통신의
경우 노조원 4만9천명에 전임자가 87명이다. 누적적자에 시달리는
석탄공사는 노조원 7천명에 전임자가 39명이다.

정부가 노조전임자 축소에 유난히 핀을 맞추고 있는것은 그동안 노조가
경영혁신의 걸림돌이었다는 인식에서다. 현재 쟁의발생신고를 낸
조폐공사의 경우 자동화기계를 새로 도입하고도 실직을 우려하는 노조의
반발에 밀려 기계를 못돌리고 있다는게 그 단적인 예라고 기획원 관계자는
말한다.

정부는 그러나 노조만 수술대에 올린게 아니다. 집행부의 방만한 경영도
마찬가지로 칼을 댈 모양이다. 직급을 우선 단순화한다. 그동안
정부투자기관은 직급을 세분화시켜 직급인플레를 야기하고 변칙적으로
임금을 올려왔다. 예컨대 과장위에 차장을 두어 원래 과장 급을 받아야 할
사람에게 월급을 더 주는 수법을 써왔다.

또 해외지사파견직원 축소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한전의 경우 미국에
파견된구매담당자만 80명을 넘고있다는 것이다.

조직 뿐만아니라 보수체계도 대폭 손질한다. 그동안 변칙적으로
신설했거나 인상된 각종 수당은 과감히 없애거나 줄일 계획이다.

그러나 정부가 이같은 정비방안을 추진하는데는 정부투자기관 노조 집행부
소관부처의 반대라는 장벽이 남아있다.

결국 이같은 "싸움"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통치권차원의 결단이
필요하다는게 기획원 관계자의 말이다. 그래야만 노조와 집행부의
"이익갈라먹기"구조를 "이익 재투자시키기"로 바꿀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