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가 보이는 인천근교의 별장. 영화제작업자 문인발씨가 그 주인이다.
더위가 절정에 오른 8월초 어느날 별장에서 미모의 젊은 여자가 시체로
발견됐다. 미스코리아 출신 탤런트 김회숙이었다. 여자는 별장 2층의
구석방에서 목과 가슴등에 칼자국이 여럿난채 많은 피를 흘리고는
죽어있었다. 시체 바로 옆에는 피묻은 칼이 떨어져 있었다. 탁반장이
현장에 출동했다.

그는 시체를 훑어보고 방과 별장 주변을 꼼꼼하게 살펴보았다. 그런데
수수께끼 같은 사실이 하나 숨겨져 있었다. 김회숙이 숨진 방은 발견당시
출입문이 안에서 걸쇠로 굳게 잠겨져 있었다는 것이었다. 강철로 된
출입문은 단단했다. 방안에는 한쪽에 침대가 놓여있었고 그쪽 편으로
조그만 창문이 하나 나 있었다.

창문 너머는 수십미터의 낭떠러지였고 그 밑은 푸른 바닷물이 넘실거렸다.
"밀실이야"추리소설속에서 나올법한 이른바 밀실 살인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던 것이다. 도대체 범인은 어디로 빠져나갔을까.

별장에는 관리인 부부 말고 모두 세쌍의 남녀가 있었다. 영화제작자
문씨외에도 영화감독 박씨,그리고 영화찍을때 뒷돈을 대주는 왕씨가
남자들이었고,여자들로는 피살된 김희숙 말고도 탤런트들이 더 있었다.
이들은 전날 피서차 이곳에 왔다가 2층 거실에서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각자 방에 들어가 잤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김희숙이 보이지 않더라는
것이었다. 칼 주인이 밝혀졌다. 등산광 왕씨가 늘 몸에 지니고 다니는
스위스 장교용 칼이었다. 그러나 왕씨는 범행을 완강히 부인했다. 그는
"전날 술에 취해 잠자리에 들었고 지금은 머리가 몹시 아프다"고 진술했다.
그런데 이상한 사실은 여자 두명도 한결같이 두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한편 그들 모두는 간밤에 죽은듯이 깊은 잠을 잤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문씨는 술은 입에도 대지 않는 사람. 그래서 그는 어제 술을 전혀
마시지않았다. 탁반장은 2층 거실 바닥을 엎드린채로 살펴보다가 부하에게
레미놀을 뿌려보라고 지시했다. 레미놀을 뿌리자 깨끗해 보이던 거실 바닥
사방이 온통 형광불빛으로 점점이 빛났다. 레미놀은 그것이 피에 닿으면
형광 불빛을 내는 물질이다.

그때 탁반장은 범인으로 문씨를 지목했다.

처음엔 범행을 완강히 부인하던 문은 결국 모두 자백했다. 술에다
수면제를 타 다른 사람을 모두 깊이 잠들게하고,왕씨에게 혐의를 돌리기
위해 왕소유의 칼을 사용해 김희숙을 살해했다는 것이다. 전부터 깊은
관계를 맺어오던 김희숙에게 싫증을 느꼈지만 상대방은 아내와 이혼하고
자기와 결혼하자고 졸랐던 것이다. 그러나 김희숙이 어떻게 그방에서
죽게되고,그가 어떻게 그방을 빠져나왔는지 끝까지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탁반장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듯 빙그레 웃기만 했다.

[[ 답 ]]

=문은 술에 수면제를 타 모든 사람들을 잠들게했다. 그리고는 거실에서
김희숙을 칼로 찔렀다. 일부러 피가 많이 나오는 곳을 골라 여러차례
찔렀다. 칼에 찔린 김희숙은 이리저리 피하다 자기방으로 도망쳐
들어갔다. 그리고는 안에서 문을 걸어잠갔으나 너무 많은 피를 흘려
죽었다. 한편 문은 여자가 문을 걸어잠그기 직전에 칼을 방안으로 집어
던졌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