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짓날의 새벽 다섯시는 칠흑같이 깜깜했다. 늙지도 젊지도 않은 40대의
남정네들이 북한산 도선사에서 깔딱고개로 접어들고 있었다.

새벽경치에 매료되어 감탄사를 연발하는 차재봉JB통상전무,국내뉴스해설자
인 김병일씨(최근주일대사관 경제참사관으로 부임),"산다는게 뭔지"를 연발
하면서도 마냥 소년처럼 즐거워 하는 이재식씨(태평양 합동법률사무소),
말없이 새벽달만 쳐다보는 하징대 동도트레이딩(주)실장,그리고 필자.

27년전 계성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청맥회의 선배들로부터 7대
회원으로 뽑히어 합창과 캠핑,자전거 여행 등으로 학창시절을 보내고 대학
군대 직장생활을 통하여 그림자처럼 서로 붙어 살아오던 터이다.

하루를 그르치는 사람은 아침에 늦잠 자고 낮에 술마시고 밤에는 잡담으로
헛보낸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일생의 계획은 청소년시절에 있고,1년의
계획은 정초에,그리고 하루의 계획은 새벽에 있다는 말도 있듯이
청소년시절의 이런 출발이 오늘날에는 새벽산행으로 이어져 이제 우리
회원들은 해맑은 슬기와 넉넉한 우정으로써 경조사를 함께 나누는 두터운
형제애를 갖게된 것이다.

10여년 동안을 일요일마다 산을 다니다보니 서울근교의 산은 방안에 앉아
있어도 눈에 훤하다. 진달래 피는 관악산의 봄,수낙산 맑은 물과 북한산
단풍 도봉산의 설경은 말할것도 없다. 북한산 보현봉에 갈 때에는 반드시
마실물과 먹을 것을 준비해야할 것이며 우이동에는 새벽 해장국집이 있으니
들러서 얼큰한 해장국으로 지쳐있는 장을 데우는 일,승가사가는 길에서의
생두부에 막걸리 한잔등등. 회원들은 산에 관한한 모두 박사들이 된
셈이다. 때로는 문경새재를 넘어 월악산을 오르기도 하고 한라산
윗새오름의 새벽공기를 마시기도 한다.

새벽산행의 리점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아침에 게으름 피우는
버릇이 없어져서 좋고 산에 오르내릴때 인파에 시달리지 않아서 좋고 오전
일찍 집에 돌아와 가족들과 또다른 하루를 보낼수 있어서 좋다. 그리고
이런 좋은 것들 때문에 새로운 좋은 일들이 덤으로 생겨나서 더욱 좋다.

진정한 벗들과 함께하는 인생행로에서는 길을 잃는 일이 없을 것이다.
맑은 공기를 호흡하며 백발이 되도록 새벽산행을 계속하는 동안 우리는
해뜨고 지는것을 확실히 배우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