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기업인들은 요즘 바보상자라는 TV앞에 곧잘 얼어붙어 앉아있다.
인기프로가 생겼거나 자사의 중요광고 때문이 아니다.
전대미문의 혁명적 기업환경의 변화가 TV화면을 타고 바로 코앞에서
진행되고 있기때문이다.

"안방 쇼핑 시대"의 개막이라고나 할까. 산업혁명에 버금간다는
유통혁명이 현란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을 보고 있는 것이다.

어느 디자이너는 단 40분만에 1백만달러어치의 새옷을 팔아 치웠고 어떤
백화점은 1백분동안 매분마다 1만2천달러씩 1백20만달러어치를 팔아 제친후
소스라치게 놀라 신규점포를 열려던 계획을 취소해버렸다. 그 대신
방송국으로 쫓아가기로 영업방침을 바꿨다. 주로 유선방송망을 통해
이뤄지는 이러한 안방 쇼핑의 원리는 아주 간단하다. TV를 통해 팔려는
상품의 특징과 제조방법을 소개한후 시청자들로부터 걸려오는 전화로
주문을 받아 배달해 주는 것뿐이다. 원리는 그렇지만 요령은 다양하고
다채롭다.

기본구성은 해당 상품 전문가가 나와 인기인등 진행자와 함께 상품소개를
직접 또는 모델들로 하여금 하게하면서 화면 구석에 다른 소개문과 주문용
전화번호를 크게 써넣는다. 그러나 회사마다 독특한 스타일이 있어 어떤
회사는 점잖고 은근한가 하면 어떤 회사는 떠벌이면서 얼렁뚱땅 팔아
넘기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안방쇼핑 상품은 대개 방송회사가 일괄구입,판매하지만 제조업자 수입업자
디자이너 또는 백화점같은 대소매업자들과 개별계약에 의해 취급되기도
한다.
어느 경우이거나간에 대량거래라 값싼거래가 가능하므로 이들의 이익은
아주 높다. 순익 40%가량의 고수익 사업이다.

사태가 이쯤 이르렀으니 가히 난리가 날만도하다. 미국 최대의
의류회사인 리즈 클레어본,인기 디자이너들인 아놀드 스카시,칼빈
클라인,돈나 카렌등이 줄을 지어 방송국을 찾는다.

삭스핍스애비뉴 노드스트롬,제이 씨 페니등 대형백화점들도 뛰기
시작했는데 그중에서도 메이시 백화점의 계획은 압권이다. 메이시는 아예
방송전문가(CBS)들과 합작해서 전문채널을 마련하고 백화점 상품의 24시간
방영판매체제를 갖추기로 했다. 꿩 먹고 알먹는듯한 이 계획은 방송사들에
의해서도 주도된다.

NBC-다이렉트(Direct)란 NBC TV계 회사는 큰 쇼핑센터를 다니며 상품을
현장 중계(?)해서 주문판매를 하고는 이익을 쇼핑센터측과 나눠 갖는다.
물론 ABC TV도 그들의 계획을 갖고 있다.

안방쇼핑의 기원을 찾자면 라디오 쇼핑이 시작된 6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게되지만 본격적인 TV쇼핑이 시작된것은 80년대 중반 부터이다.
90년대들어서면서 급격히 성장해 이제는 연간 22억달러규모로 불어났다.
여기에다 유익한 상품해설광고(Informercial;Information과 Commercial)의
합성어)까지 곁들여져 흥미를 끈다. 악을 쓰는 광고 대신 재미있고 유익한
상품해설방송은 손님을 붙잡아놓기에 충분하다.

앞으로의 장사는 바보상자가 맡아 해주려는듯 설치고 있는 참이다.
볼보자동차는 한 민간방송에 인포머셜을 내놓았더니 당장 1백대가 팔려
나갔다. 코닥카메라,샤프전자도 인포머셜을 만들고 있다.

안방쇼핑회사로는 현재 QVC(품질 가치 편리란 영어 단어의 첫 글자)와
HSN(Home Shopping Network)의 양대회사로 나눠져 있는데 약 7천만명의
미국인들이 매일 시청한다. 91년도중 미가구당 안방쇼핑구매액은 23달러
37센트,87년도에는 13달러 28센트 였다. 불과 4년만에 2배가까이로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2000년대 이전에 현재의 소매유통 혁명이
완성될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한쪽이 잘되면 피해보는 쪽도 있게 마련이다. 연간 5백10억달러
규모의 우편판매회사는 도태의 운명을 맞게될 전망이다.

아직은 높은 반품율등 문제가 많지만 TV에 의한 안방쇼핑시대는 엄연한
현실로 미국인들의 생활속에 자리잡아가고 있다. 상품 유통단계의
단순화,상품판매의 24시간 전천후화등 인간사회의 구조적 지각변동을
초래할 일들이 소리없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서울에도 그 열풍은 곧
불어닥치게 될것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