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금융 축소작업이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논리적 당위성과 현실적
대안부재론의 충돌로 원칙적 합의만 되풀이 해온 이 문제가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겨지게됐다.

정부는 19일 신경제5개년계획 금융개혁안에 따른 첫 정책금융조정위원회를
열고 축소및 정비대상 정책금융과 정비일정의 골격을 결정했다. 총론찬성
각론반대에 일단 종지부를 찍은 셈이다.

이날 결정된 주요내용은 한은과 예금은행이 맡아온 정책금융을 단계적으로
회수하거나 재정지원으로 넘긴다는 것.

이미 비계열대기업에 대한 수출산업설비자금지원을 지난 6월말 중단한데
이어 오는 9월말까지로 돼있는 중소기업 상업어음에 대한 재할인기간
연장(90일에서 1백20일),연말까지로 돼있는 무역어음 할인에 대한 한은의
재할인지원(20%)등도 시한만료와 동시에 종전대로 환원시키거나 폐지키로
했다. 또 이미 신규지원이 중단된 각종 정책금융은 잔액을 연차적으로
회수토록 했다. 농수축산자금과 중소기업 설비자금을 재정으로 넘기기로한
것도 골자중의 하나다.

사실 우리 금융산업이 처해있는 여건을 보면 이같은 방향에 토를 달기
어렵다. 자율과 개방추세에 따라 금융산업의 시장기능을 살려야할 때가
됐고 기업의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해서도 그렇다.

돌이켜 보면 우리나라의 금융산업을 정책의 "시녀"라고 부르는 것도
정책자금이 과다한 탓이다. 시중은행의 부실채권이 총대출금의 2%에
가깝게 누적돼있는 것도 각종 정책금융과 지시금융에서 비롯됐다.

실제로 예금은행의 총대출금중 정책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91년
34.7%에서 작년에는 36.1%로 늘어나 있다.

작년의 경우 전체 대출금 96조4천2백60억원중 34조8천4백억원이 정책금융
몫이다. 여기에다 특수은행의 대출까지 포함하면 정책금융 비중이 55.8%로
절반을 넘는다.

은행들이 움직이는 자금중 절반이상이 행정적인 목적에 따라 "꼬리표"가
달려있다는 점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금융자율화나 금융의 시장기능회복을
기대하는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더군다나 정책적 보호속에서 안주해온 중소기업이나 농어촌등 취약부문의
자생력을 갖추게 하기위해서도 이제는 "온실"밖으로 내몰 필요가 높아졌다.
보조금등을 이유로 정책자금지원이 통상마찰요인이 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개혁"의 대세에 눌려 "할수없이" 합의된 이날 결정이 합의사항
그대로 이행되는 데는 문제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이날 회의에서도
상공자원부와 농림수산부등이 "보다 확실한" 보충재원마련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은 중소기업계의 불안이 크다. 정부의 정책적 배려가 줄어들 경우
자금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중소기업이 더 높은 금리를 물어야
할수 밖에 없다는 우려에서다. 튼튼한 대기업으로 자금이 편중되지
않겠느냐는 걱정이다. 농림어업등의 업계가 느끼는 심리적 불안감도 이와
유사하다.

재정에서 일부를 맡는 다지만 재정운용의 제약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건
주지의 사실이다. 사회간접자본시설투자와 복지증대요구로 재정수요가
갈수록 늘어나는 반면 세입재원은 늘리기가 쉽지않은 탓이다.

이에따라 정책금융을 줄여나가되 그에 따른 보완책이 병행돼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취약부문에 대한 지원자체가 줄어들지 않도록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보증확대,재정투융자활성화등이 보강돼야 한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