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신문들은 좀 특이한데가 있다.

독일에서 금리가 내려가면 영국신문들이 대서특필하고 프랑스가 미국의
통상정책을 비난하면 독일신문들이 북을 쳐준다. 이웃나라 일들을
자기네들 일로 다루어 준다.

이곳에는 유럽판 월스트리트저널과 헤럴드트리뷴이 발행되고 있다.
유럽이 한나라인것 처럼 국경없는 신문을 만든다.

이 두 신문은 동아시아에서도 나온다. 이곳도 언젠가는,아니 멀지않아
유럽처럼 이웃나라끼리 이해를 같이하고 살게될것이라고 믿고 먼저 자리를
잡아 둔것같다.

우리는 바깥세상의 이런변화에 무례하리만큼 무관심한채 살고있다.
신문의 지면은 늘었는데도 외신에의 할애는 인색하고 그나마 힘깨나 쓰는
미국 EC기사들로만 채운다. 정작 중국 대만등 가까운 이웃엔 무관심하다.
빗장을 잠그고 울안에서 우리일들로만 북적댄다.

우리도 이제는 동아시아 이웃국가들에 관심을 돌려야 할때가 됐다.
그래야할 이유가 너무나 많다.

첫째 동아시아지역은 새경제중심지로 각광을 받고있다. 이곳은 세계
경제성장의 센터라고도 불린다. 경제강대국들의 자본이 몰려들고 이곳
국가들도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소득증대로 구매력도 급팽창하고
있다. 한국 대만 홍콩등은 지난 12년사이 200%이상 소득이늘고 앞으로
같은 시간이 지나면 중국 태국등이 그렇게 될것으로 보인다. 이곳엔 또
세계인구의 60%가 몰려 살고있다. 명실상부한 세계최대 소비시장으로
부상하고있다.

둘째 이곳에도 EC나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같이 지역경제권형성
움직임이 활발해지고있다.

클린턴 미대통령이 신태평양공동체를 만들자고 제안하고있고 일본은
느슨한 경제통합(OEA)안을 내놓고있다. 크고작은 경제협력권 제안이
10여개나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중 우리와 직접 관련된것이 6개나 되고
나머지도 우리의 이해가 크게 걸려있는 것들이다.

셋째 탈냉전시대이후 사회주의 국가들의 시장경제체제로의 전환으로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있다. 러시아가 극동을 개방하고 베트남이
서방측투자를 받아들이고있다. 중국은 서방국가들의 투자밀물로 거대한
공룡으로 등장하고있다. 중국특수라는 신조어가 나오고있다. 중국의
경제력은 이미 세계3위권에 있다. 우리에겐 3대무역파트너다. 이제
미국이 아닌 중국경제가 재채기를 하면 우리경제가 몸살을 앓게 될 날이
멀지않다고 내다보는 사람들도 있다.

넷째 일본이 이곳에서 경제패권을 노리고있다. 그들은 이곳에 이미
500억달러를 투자해 놓고있다. 80년후반부터 미국을 제치고 제1의
투자국으로 부상했다. EC에 투자한것과 맞먹는 수준이다.

본토에서 경쟁력없는 공장을 이곳에다 분산해 옮겨 놓고 각종기술제휴
직간접투자로 경제력을 장악해가고있다. 수직적분업체제를 구축,막대한
무역이익도 챙긴다. 이곳과의 무역흑자는 89년 180억달러에서 작년엔
430억달러로 급팽창했다. 대미무역흑자와 거의 같다.

다섯째 이곳이 세계의 공장지대로 변해가고 있다. 일본은 이곳에 주로
제조업투자에 치중하고 있다. 중국 아세안국가에 투자한것중 60%가
제조업이다. EC투자중 제조업몫은 21%밖에 안된다. 미국도 이곳에
투자한것중 제조업비중은 77년에 37%이던것이 90년엔 46%로 높아졌다.

이곳엔 14세이하의 인구가 35%나 된다. 향후 세계에서 최대
인력공급시장이 된다. 아직은 인건비가 최하수준이다. 공장은 더
몰려오게 돼있다.

동아시아의 이런 변화에 우리도 제몫을 챙기고 살자면 빗장을 열지 않으면
안된다. 이제 "우리만"이라는 생각은 할수조차 없다. 국산품에도 외제가
25% 섞여있다고 한다. 국가분업시대다. 다른나라에서 부품을 들여와
상품을 만들고 그것을 또 다른 나라에 내다 팔려면 바로 그 나라의 정보에
밝아야 한다. 태국정보를 얻으려면 동경으로 가라는 말을 한다. 일본은
동아시아의 경제정보를 독식하고있다. 화교들은 유통조직망을
장악,물밑정보확보에 그 나름대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서울이 정보전에서
동경 홍콩 싱가포르에 밀리고 있다. 세계속의 한국이란 말들을 자주한다.
동아시아에서 우리의 위치를 찾는것부터가 그길로 가는 첫발이다.
그러자면 가까운 이웃나라를 알고 더불어 살려는 노력을 더 기울여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