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은 오는13일부터 1주일동안 일본 동경에서 이건희회장주재로
해외임원회의를 갖는다. 올들어 2월의 미국LA회의,3월 동경회의,6월
독일프랑크푸르트회의에 이은 네번째 회의이다.

이번 동경회의에서는 삼성전자 임원들이 대거 참석,"질우선경영"의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중점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삼성전자의
인사.재무등 극히 일부 부서를 제외하고 1백명이상의 거의 모든 임원들이
참가하도록 돼있다.

특히 이 회의가 주목되는 것은 1주일간의 회의일정이 끝난후 한달간의
임원연수가 계획돼 있다는 점때문이다. 전자의 임원대부분이 일본 현지에
남아 이회장과 함께 도시바 NEC 화낙 후지쓰등 초일류 전자.기계업체들의
생산현장연구소,각지의 유통시장을 둘러본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로서는 한달이상이나 임원부재에 따른 경영공백이라는 유례없었던
사태를 맞게된 셈이다. 그러나 전자의 경영공백은 여기서 끝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이회장은 이번 동경회의및 현지연수를 통해서도 임원들의
의식개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다시 국내에서 한달간 재교육을 시킨다는
방침을 세우고 용인연수원을 비워놓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이 장기간의 경영공백을 무릅쓰고 잇달아 해외임원회의를 갖는 이유는
간단하다. 선진국 현지에서 삼성의 위상,삼성제품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고 경쟁력을 높이기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찾아보자는
뜻이다. 그리고 이 일을 더 이상 미룰수 없다는 위기의식을 깔고있다.

이건희회장은 6월 프랑크푸르트회의에서 "질우선경영방침"을 강조하면서
임원들에게 사고의 일대전환을 촉구했다. 이는 신정부출범이후인
지난3월22일 이회장이 제2창업2기진입을 선언하고 낡은 관행과 제도를
과감히 청산할것을 요구한것과 같은 맥락이다.

"질우선경영"은 그동안의 양적확대전략에 대한 중대한 궤도수정을
의미한다. 이회장은 이와 관련,"공장가동을 중단하거나 시장점유율이
떨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근원적인 원인을 규명,대책을 수립하고 모든
경영관리체계 제도.평가방식도 질중심으로 바꾸라"고 지시했다. "삼성의
브랜드를 달고 불량제품을 만들면 그것은 곧 죄악"이라고까지 말했다.

이에따라 삼성전자가 라인스톱제를 도입,불량률 제로(0)달성을 위한
관리대책 수립에 나선것을 비롯 모든 계열사가 라인스톱을 포함한 혁신적인
경쟁력강화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삼성그룹비서실 배종열전무는 "이러한 변신노력은 대내적으로 신정부가
주창하는 신경제의 규범을 적극 수용,국민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표현이며 대외적으로는 글로벌시대의 급속한 변화에 대응해
21세기에 살아남기위한 생존전략"이라고 밝히고있다.

삼성그룹의 "신경제대책"은 올해 투자전략에서도 그 성격이 나타나고있다.
삼성은 지난 4월말 모든 계열사 임원 7백여명이 "개혁"에 대응하기위한
특별대책회의를 갖고 경영의 최우선과제를 산업안전 환경문제제거로
삼기로했다.

이에따라 투자의 주안점을 재해방지및 환경설비확충에 두고 환경영향에
대한 사전심사제를 도입,아무리 전망이 좋은 사업이라도 산업안전
환경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는것은 손대지 않기로했다.

이건희회장은 올들어 계열사경영진들에게 어느때보다 "기업인으로서의
역사적 소명의식"을 강조하고 있다. "신경제"가 추구하는 경제재도약의
주역으로서 경영혁신에 전념해달라는 주문이다.

<추창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