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제5개년계획에서 정부는 금융규제완화,통화신용정책의 효율화,금융
산업구조개선,금융국제화등 포괄적인 금융개혁안을 제시했다.

금융규제완화는 금리자유화의 조기실시,인사자율화,정책금융과
여신관리제도의 개선등을 통해서 금융산업의 자율성과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다. 통화신용정책의 효율화는 규제중심의 직접통화관리에서
금리의 가격기능에 근간을 둔 간접규제방식으로 전환하고 건전한
통화신용질서의 유지를 위해 금융감독기능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금융산업구조의 개선은 은행 증권 보험을 3대권역으로 하고
대형화및 전문화를 유도하여 국제적 경쟁체제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금융국제화는 대내외적 경제여건변화에 추어 외환및 자본거래자유화를
추진하고 금융산업의 개방을 적극적으로 수용한다는 정책이다.

이러한 신경제 금융개혁안이 효과적으로 추진될 경우 우리나라 금융산업은
과거 30년동안의 낙후성을 벗고 산업자본의 효율적인 공급과 공평한
국민재산형성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회복하면서 우리경제가 선진국
경제체제로 이행하는데 견인차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이번의
금융개혁안은 개별적이고 지엽적인 개선방안 제시로 일관해 오던 과거의
방식에서 탈피해서 금융산업 전체를 하나의 유기적인 객체로 파악하고
종합적인 마스터플랜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그러나 신경제 금융개혁안은 화려한 목표제시에 비해서 실물부문과의
연계성이 결여되어 있고 또한 실질적으로 개혁을 추진할 의지가 보이지
않고 있어 실현성이 의문시된다. 경제에서 실물부문과 금융부문은 동전의
앞뒤와 같다. 따라서 한 부문을 따로 떼어서 문제를 진단하고 개혁을
논하는 것은 장님이 코끼리다리 만지는 식의 우를 범하는 것이 된다. 사실
현재 우리나라 경제의 실물부문의 구조적 모순은 심각한 상태이다.
우리경제의 구조적 문제점은 불균형문제로 요약될수 있는데 빈부간의
소득불균형,도농간의 성장불균형등 거시적 불균형과 기업소유의
불균형,자본과 부채간 자본조달불균형등 미시적인 불균형이 바로 그것이다.
거시적인 불균형은 투자의욕과 근로의욕을 상실시킴으로써 경제의 건전한
성장을 막고 거품의 수렁으로 밀어넣는 모순을 유발하고 있다. 미시적
불균형은 기업의 위험도를 높이고 경영을 부실화하며 심지어 기업을
기업주의 사금고로 전락시키는 비효율을 낳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금융개혁은 근본적인 자금흐름의 왜곡을 바로잡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못함으로써 실물부문의 구조적 모순을 해결할 뚜렷한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신경제 금융개혁안은 금융산업자체에 대한
희망사항 나열이상의 큰 의미를 부여하기가 어렵다.

또한 이번 금융개혁이 근본적인 문제로 안고있는 것이 기득권층의
이익보호와 관료주의 유지라는 과거입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기득권층 이익보호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시사하는
것이 이번에 실시일정을 밝히겠다던 금융실명제 실시에 대해서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최소한의 금융개혁이라는 이름에 걸맞기
위해서는 금융실명제의 첫단계인 금융거래 실명화조치만이라도 실시계획을
밝히고 종합과세방안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했다.

이번 개혁안이 관료주의 지배체제라는 관치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은 중앙은행의 중립성에 대한 묵시적 반대입장이다.
통화가치의 안정을 통해서 물가를 안정시키고 국민의 재산권을 보호하며
건전한 경제성장의 버팀목이 되는 중앙은행의 독립에 대해서 신경제
금융개혁안은 거론을 완전히 배제하고 있다. 이는 금융자율화를 추진한다
하지만 실질적인 돈줄은 정부가 계속 통제하겠다는 관료주의 지배입장을
고수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한편 금융감독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조치 역시
금융자율화를 역행하는 조치로 보인다. 공정한 경제체제에서 실질적인
금융자율화가 추진될 경우 효율적 시장기능이 극대화되면서 오히려 정부
감독기능의 필요성이 적어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관료주의 유지라는 측면에서 또한 큰 우려를 자아내는 것이 자의적인
금융구조개편작업이다. 이번 개혁안에 제시된 금융구조개편안은 당사자인
금융기관들의 자율적 의사나 객관적인 외부의견이 반영되지 못한채
정부임의에 의해 정리되고 말았는데 이는 결국 제2관치금융체제의 구축을
의미한다. 이로인해 현재 각급 금융기관들은 자신들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극도의 불안감에 빠져있다.

그러면 우리경제가 근본적으로 필요로 하는 금융개혁은 무엇인가. 우선
실물경제를 불균형의 모순에 빠지게 한 정경유착과 지하경제를 척결하기
위해서 금융실명제의 실시가 필요하다. 또한 물가불안을 억제하며 국민의
재산을 지키고 공평한 성장을 꾀하기 위해서 중앙은행의 중립성이
필수적이다. 더나아가 경제의 젖줄인 자금흐름을 정상화시키기 위해서
금융자율화와 금융산업구조개편이 요구된다. 이렇게 볼때
금융실명제실시,중앙은행독립,그리고 금융자율화및 금융산업구조개편작업은
하나의 전방위적인 종합조치형태로 추진되어야 한다. 이경우 부분적인
금융개혁은 절름발이 개혁으로 구조적 비리의 발생여지를 남겨 놓음으로써
오히려 혼란을 야기할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번에 제시된 금융개혁안은 실물경제와 연계가 결여되고
개혁의 핵심이라 할수 있는 금융실명제실시와 중앙은행독립이 제시되지
않음으로써 피상적개혁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따라서 진정한 의미의
신경제건설을 위해서 정부의 보다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금융개혁의지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