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순수하고 아름다운 진실을 찾는 작업입니다.
깨끗한 눈을 길러 사물을 보면 변화의 이면에 숨은 본질을 볼수 있지요"
최근 두번째 장편소설 "사랑보다 앞서가는 시간"(신구미디어간)을 출간한
원로소설가 김준성씨(73.대우회장)는 창작과 독서를 좋아하는 예술적
취향이 금융계 재계 관계 등에서 폭넓게 활동해온 삶에 원동력이 돼왔다고
강조한다.

한국은행장 부총리 삼성전자회장 등을 역임한 김씨는 58년 단편
"닭""인간상실"로 김동리씨의 추천을 받아 "현대문학"을 통해 정식 등단한
작가.
부총리직에서 물러난후 지난 84년부터 본격적인 창작활동을 재개,
지금까지 "들리는 빛"(84년)"돈 그리기"(86년)등 창작집 2권과 장편소설
"먼 시간 속의 실종"(90년)을 내놓았다.

"사랑보다 앞서가는 시간"은 고전적인 주제인 사랑을 다루고 있는
연애소설이다.
그러나 그 밑그림은 이념과 사랑사이에서 갈등하고 고뇌하는 운동권
학생들의 삶의 현장이다.

90년대초반 일부 신세대작가들이 운동권학생들의 좌절과 전향을 자주
그렸던 것과 대조적으로 김씨의 소설은 오히려 진보적이다. 그가 만든
주인공은 전향하지 않고 자신의 행동에 뚜렷한 동기를 갖고 있다. 세계는
일방통행으로는 발전하지 않고 무엇인가 견제세력이 있어야 균형이
유지된다는 자신의 철학이 반영돼 있다.

주인공은 유복한 집안의 아들로 운동권에 투신한 기철과 미국유학을
꿈꾸는 여자친구 지수,한때 운동권에 속했다가 취직과 더불어 떠난
신문기자 진수 세사람이다.

기철은 여자친구를 같은 서클에 못끌어들인다는 동료들의 비판을 받고
지수를 설득하지만 실패한다. 학교도 그만두고 적극적인 투쟁을
전개,파출소습격을 배후조종한 혐의로 경찰의 수배를 받는다. 지수도
얼마후 기철의 뜻을 따르기로 작정하고 모 외국문화원에 폭발물을 운반하다
정보기관에 체포된다. 집행유예선고를 받고 풀려나온 지수는 자신을
도와준 신문기자 진수와 사랑에 빠진다.
이 무렵 기철은 경남의 한 펄프공장 노사분규를 배후조종한 혐의로
체포된다. 지수는 기철을 면회하고 옛 감정을 정리한후 진수와 성당에서
둘만의 결혼식을 갖는다.

대학가의 풍경과 운동권의 활동상,노사분규의 현장과 언론, 경찰의 행태
등이 구체적으로 묘사된 가운데 개인으로서는 하나 하나 한계상황인 현실
앞에서 젊은이들이 어떻게 고뇌하고 선택하는지를 그리고 있다. 상황소설
세태소설로 분류될 이 작품에는 현실이라는 무대위에 개성있는 주인공들을
올려 각각의 상황을 주고 그 변화의 양상을 관조하는 연출가의
"심상풍경"이 그려져 있다.

"인생살이 여러 일중에 연애만큼 지고하고 숭고한 것은 없어요. 예술
종교 생명의 원형이지요. 복잡다기한 현실을 밑그림으로 그 속에 역동하는
젊은이의 철학,현대청년의 기질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다독가로 알려진
김씨는 요즘도 하루 2~3시간 이상을 독서에 투자하고 있다. "책 하나로
인생이 변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는 그는 신입사원들을 만나는 자리에서면
언제나 하루 한시간씩만 미래를 위해서 투자한다는 생각으로 독서에
힘쓰라는 당부를 잊지 않는다.

꼬박 3년이 걸려 1천2백장을 써낸 김씨는 탈고직후 곧바로 중편집필에
착수했다. "인생에는 은퇴가 없다"고 호언하는 영원한 현역의 정열이다.

<권녕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