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정치가 재미있다"
요즘 대사관사람들을 만나면 먼저 이런 얘기부터 오간다.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일본인들도 마찬가지다.

그만큼 미야자와내각불신임안가결에서 시작된 자민당의 분열은
"극적"이다.

자민당집단탈당,신당 "사키가케","신생당"창당,야당 연립내각구성교섭등
정가는 숨가삐 돌아간다.

외상인 무토가분씨는 "미야자와총리가 사망하면 총선에서 자민당이
이길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G7정상회담이 끝나면 미야자와총리는
사임해야 한다는 "충고파"의 움직임도 있다.

일본언론들은 현 자민당정권의 처지를 도쿠가와막부말기에 비유한다.
막부에 등돌리고 메이지유신을 주도한 오쿠보 도시미치등 무사그룹과
자민당을 버린 하타그룹이 비슷하다는 것.

이런 점에서 일정국은 한편의 "사극"이 전개되는 느낌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우리는 이런 드라마를 즐기고 있을 처지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한일정부간에는 외교적으로 해결해야할 현안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의 대일외교는 일한의원연맹소속 자민당의원,그중에서도
"힘"있는 일부파벌인사에 집중돼 왔다. 제1야당인 사회당과는
친북한성향탓으로 "적"대하듯 했다. 그 사회당이 야마하나위원장체제로
바뀌면서 대한정책수정방침을 밝히고 오는 5일 방한을 희망했으나 우리는
가을이후나 보자며 피해버렸다. 공교롭게도 그 야마하나위원장은 신생당의
하타당수와 함께 "연립내각"의 핵심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지금 한일정계에는 지한.지일파의 "공백"상태가 생겼다해도 과장은
아니다. 세대교체와 정계개편의 결과이다. 박태준씨 김재순씨 같은
지일파인사들은 정계를 떠났다. 일본에서도 정치자금사건과
관련,가네마루전자민당부총리가 정계를 은퇴했고 다케시타전총리도 파벌이
깨져 입지가 좁다. 이에비해 개혁파소장의원들의 발언권과 행동력은 점점
돋보인다.

이제 우리는 대일외교전략을 전면수정해야 하는 전기를 맞은게 않을까.
다원화 다채널화 소장그룹의 참여가 중요하지 아니까. 우리는
미야자와정권출범때 그와 친분이 없어 당황한 경험이 있기에 하는 소리다.

<김형철.동경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