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된 모피산업이 활로를 찾을 것인가.

모피업계는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수출이 6년째 격감하면서는
내수시장에서 재고를 소진하는데 주력해왔다.

지난해 겨울 시즌부터 할인판매및 재고물량이 줄고 생산이 조금씩
회복되는등 변화가 나타나고 있으나 이같은 변화가 모피업계의
활력회복으로 이어지기에는 역부족이다.

내수시장 규모가 수출시장을 대신하기에는 너무 작고 고율의 특소세에
묶여 내수시장확대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결국 "수출회복"만이
관건이라는 얘기.

81년 최초로 1억달러를 돌파해 87년 최고 2억6천만달러를 기록했던
모피수출은 매년 30%이상씩 감소했다. 88년 2억2천만달러,89년
1억7천만달러,90년 1억3천만달러,지난해에 6천만 달러까지 떨어졌고
올들어서도 4월말까지 1천만달러에 그쳐 전년동기대비 31%나 감소했다.

모피수출의 감소행진은 구미시장의 반모피운동과 경기침체,그리고 중국및
홍콩의 저가공세 때문이다. 여기에 이상난동과 겨울의류의 캐주얼화
추세까지 겹쳤다.

이는 89년까지만해도 내수판매가 금지돼 있던 모피업계로서는 치명타였다.

올들어 지난2월 대호오버씨스 보양무역이 쓰러졌고 이에앞서 지난해
우단실업 동인산업,91년 한강물산,90년 대도상사 삼정통상등이 부도를
냈다. 영세한 군소업체가 아니라 업계2,3위로 꼽히던 업체들이 쓰러지자
재고물량이 한꺼번에 내수시장으로 쏟아졌다.

뒤늦게 시작한 내수판매가 덤핑물량에 밀려 시장질서는 엉망이 됐다.
정상가의 50% 이하로 팔리는 모피의류가 시장에 깔리자 내수매출은 규모만
늘어났을뿐 채산성은 극도로 악화됐다. 부도를 면한 업체들도 자금회전을
위해 연중세일을 서슴지 않았고 모피제조업체 스스로 홍콩 중국산의
저가완제품을 수입,"제살깎기"경쟁도 벌어졌다. 이와같은 재고덤핑이
주춤해진 것은 지난해 겨울시즌부터.

국내 원피가공업체중 최대규모인 윤진산업의 올해 수주량이 늘어나고
있는것을 보면 모피의류의 재고가 상당히 줄었음을 알수있다.
원피가공시기인 여름철 윤진의 올해 물량은 월 4만5천장정도. 지난해보다
30%정도 늘어난 양이다. 재고가 바닥나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모피제품조합도 업체의 정상가판매를 돕기위해 7월중 공동매장을 개설할
계획이다.

이러한 재고감소는 원피구매를 줄이고 생산인력을 감축하는등 감량경영을
한 결과. 내수시장에서 재고를 소진해가며 수출경기가 살아날 때까지
기다린다는 전략을 편것이다.

원피구매가 줄어든 것은 <>내수로 전환하면서 무역금융을 활용할 수
없게되고 <>CCC자금(미농무부가 자국 농산물수출촉진을 위해 대금결제를
유예해주는 제도)의 결제기간이 91년부터 1년에서 6개월로 단축됐으며
<>원피가격이 매년 10~30%씩 인상된데 원인이 있다.

생산인력감축은 업계 선두인 진도가 88년 8백명에서 현재 1백명으로 줄인
사실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윤진산업과 삼정통상도 2백명이 넘던
종업원수를 각기 60명,36명으로 줄였다. 종업원 1백명을 넘어서는
모피업체가 단 한곳도 없고 87년 1백여개에 달하던 업체수가 20여개로
줄어든 것을 보면 모피산업이 크게 위축됐음을 짐작할 수 있다.

외주가공확대를 통한 원가절감노력도 하나의 추세. 진도는
렛아웃소우잉공정(원피를 가늘게 잘라 길게 이어붙이는 공정)을 외주에
맡기고 있고 삼정은 지난해부터 내수물량을 중국 산동지역에서
하청생산하고 있다. 이밖에 대부분의 업체가 퇴사한 주부사원들에게
50%선의 물량을 맡기고 있는 실정이다.

저가제품개발과 브랜드 세분화노력도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다. 진도가
올해 겨울시즌부터 1백만원대 브랜드인 "안토노비치"의 남성모피의류를
생산하는가 하면 삼양모피는 컬러 소매등 부자재용 모피제품생산을 늘리고
있다. 또한 숄,재킷등 저가모피의류나 소품류 생산도 확대되고 있다.

수출이 감소하기 시작한 89년 90년 당시에는 사업다각화 붐도 있었으나
진도를 제외하고는 뚜렷한 성공케이스가 없다. 진도는 컨테이너 특장차
소각로등에 속속 손을 대 모피매출을 전체의 16%선으로 끌어내렸고
98년까지는 10%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반면 진도외의 업체들은 사업다각화로 인한 자금압박이 오히려 도산을
앞당기는 결과를 낳았다. 주차설비제작에 진출한 우단실업과
일반의류생산을 시작했던 한강물산이 대표적인 사례였다.

업계의 관계자는 이와같이 모피에서 "발을 빼기"어려운 이유가 "봄철
원피구매에서 겨울철 모피의류 본격판매시기까지 자금회전기간이 길어 항상
자금압박에 시달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술 자체가 근본적으로 봉제기술에 지나지 않는데다 모피의류가 단순해
디자인 개발능력이 취약한 것도 원인.

업계는 "해외모피수요가 본격적으로 살아나기까지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살아남을 수 있도록 특소세인하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60%의
특소세와 부가가치세 교육세를 포함,1백%에 달하는 세금부담이 업계의
존립을 위협할 정도이며 오히려 밀수나 무자료거래를 부추겨
내수시장질서를 교란한다는 지적이다.

모피업계의 어려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오현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