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공산당의 기관지 아카하타(적기)가 대학생들에게 보다 폭넓은 독서를
권장했다면 쉽게 믿어지지 않을는지 모른다. 공산당의 생리로 보아
자본주의 체제의 전복이 지상과업일수는 있겠으나 지성인들의 독서장려가
당의 당면과업일수는 없을듯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공산당은 그들의 기관지를 통해 대학생들의 강의실 출석을
독려하고 심도있는 독서를 권장하는데 열을 올렸다. 60년대말의 일이었다.
당시만해도 일본의 대학들은 안보투장쟁의 후유증으로 대학안팎에서 심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일반신문의 "사설"에 해당하는 "주장"을 통해 적기는
"대학생들은 수업에 충실하라"는 제목으로 면학을 당부하고 매주1회씩
대학생들이 읽어야할 양서목록을 착실하게 소개했다. "비록 반동적인
서적이라도 열심히 읽어야 한다. 수업내용이 보수.반동에 치우친다는
이유로 강의시간을 빼먹는 일은 기회주의적인 자세로 비난받아
마땅하다는게 "주장"의 요지였다.

일본이 오늘과같은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할수 있었던 힘의 저변에는
일반대중의 높은 독서열이 버티고 있었음을 쉽게 이해할수 있다. 일본의
대도시 곳곳에 있는 대형서점들에서 시민들이 한아름씩 책을 구입하는
모습을 보면서 "독서대국은 곧 경제대국"이란 등식을 실감할수 밖에 없다.

이번주말부터 대학들이 긴 여름방학에 진입하고 있다. 주변의 대학생들이
해외연수 또는 지방나들이에 들떠있는 모습을 보면서 "독서피서"를 간절히
권하고 싶은 심정이다.

정부가 모처럼 금년을 "책의 해"로 정하고 일반인의 독서장려에 나서고
있으나 기대했던 독서붐은커녕 독서열은 밑바닥을 헤매고 있다한다.
출판업계나 서점가의 추산에 의하면 금년의 서적판매량은 예년에 비해
30~40%정도 줄었다는 서글픈 소식이다. 연초에 반짝했던 독서열도
문민정부가 들어서고 사정바람이 일자 오히려 하강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사정재미가 독서시간을 빼앗아가고 말았다는 풀이도 있는
모양이다.

사정태풍도 꽤 진정된듯한 요즘 대학생은 물론 일반지식인들이 독서열
재연에 앞장서야 할것같다. 책읽지 않는 지식인과 공부하지 않는 대학생을
안고 있는한 우리의 장래에는 정"허기"만이 대기하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