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1일부터 3단계 유통시장개방조치가 실시됨에 따라 국내 유통
업체와 제조업체들은 외국 다국적기업들의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다.

89년1단계,91년2단계의 두 차례에 걸친 유통시장 개방조치로 외국기업들의
도소매업부문에 대한 투자가 다소 늘어나기는 했으나 그 피해는 당초의
우려보다는 심각하지 않다. 이는 외국기업들이 2단계개방수준으로는
대형점의 출점및 다점포전개를 통한 규모의 이익을 도모하기 곤란하다고
판단,본격진출을 다소 늦추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3단계 개방조치로 허용업종에 대한 제한폭이 점포수 20개이하
매장면적 908평 미만으로 크게 완화됨에 따라 외국업체들의 효율적인
영업전개가 가능하게 되었다. 백화점 쇼핑센터등 대형소매점및 전국적인
규모의 체인점 전개는 원천적으로 봉쇄되었으나 전문품목중심의
대형전문점과 지역단위의 체인운영이 가능하게 되어 외국업체들이
본격발진의 채비를 갖추고 있다.

이번 개방확대조치가 외국인투자 허용 소매업종에 대해 포괄적으로
적용되기는 하나 1차적으로 가전 화장품 생활용품 의류 완구 음식료품
자동차타이어 악기등의 일반소비재분야에서 외국업체의 직접진출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국내에서 높은 브랜드인지도를 갖춘
외국업체의 경우 직판장개설을 단기간에 집중추진,국내매장과의 직접경쟁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라이선스 혹은 기술제휴형태로 이미 국내에
진입하고 있는 외국업체들이 기존 국내업체들과의 관계를 청산하고
독자적인 유통망을 확보,직수입판매체제를 갖추어 나갈경우 국내업체들에는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다.

자국산품을 중심으로 판매하는 외국유통업체들의 시장잠식은 바로
국내제조업체의 기반을 뒤흔드는 것으로 내수시장불황으로 가뜩이나
위축되어 있는 국내업체들의 사업환경을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또한 주목되는 것은 국내에서의 연쇄화사업전개가 가능해짐에 따라 외국
슈퍼마켓의 진출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다이에이 세이유등
일본의 대형 슈퍼마켓업체들이 한국내 지사를 설립,출점준비를 완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국내 슈퍼마켓업체들이 긴장하고 있다. 외국
슈퍼마켓의 국내진출에 따라 완고한 국내유통관행으로 고전해 왔던
수입식품 생활용품등이 자체유통망을 확보,시장점유율을 급속히 확대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번 3단계 유통시장개방조치의 실시는 본격적인 개방의 파고를 한꺼번에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업체들은 3단계 개방이후를 한국공략의
시점으로 잡고 지금까지 시장정보입수,국내거점모색등 진출기반구축을 위한
노력을 꾸준히 전개해 온 것이 사실이다. 96년으로 예정되어 있는
유통시장완전개방을 향한 진출원년으로 삼은 외국업체들의 국내진출강도는
분명 이전과는 다른 차원일 것이다.

문제는 유통시장의 본격적인 개방이 시작되고 있는데도 국내에서는 그
위기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지 못할뿐 아니라 제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다보니 유통업 강화를 위한 지원마저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유통업의 위기는 바로 제조업의 위기로 연결된다는 점을
인식,유통업의 경쟁력강화를 위한 가일층의 노력이 집중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이번 개방조치에도 불구하고
수입선다변화,외국인투자법,도소매업진흥법등 외국업체에 대한 각종 제한이
상존하고 있고 국내시장에 적응하는데까지 상당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제품력 열세의 만회와 유통력 강화를 위한
효과적인 대응책을 적극 모색해 나가야 할것이다. 정부의 입장에서도
특소세폐지,제조업의 유통부문 참여허용,중소상인에 대한 지원강화등
정책적 대응을 서둘러야 할것으로 보인다.

시장은 지키기도 힘들지만 한번 잃으면 되찾기는 더욱 힘들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