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된 지하수를 마셨을 경우 발생하는 `청색증''이 국내 최초로 발견됐
다.
청색증이란 오염된 지하수 안에 포함된 질산염(나이트레이트)이 혈액
안의 헤모글로빈과 결합해 체내 산소공급을 중단시킴으로써 온몸이 파랗
게 변하고 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나타내는 보기드문 질환이다.
특히 이번에 발견된 청색증은 수돗물을 불신한 부모가 지하수에 분유를
타 갓난 아기에게 먹여 일어난 것으로 밝혀져 무분별한 지하수 사용에 경
종을 울려주고 있다.
19일 한양대 의대 최보율(예방의학과) 교수에 따르면 지난 1월 몸 변색
과 호흡곤란 등 저산소증 증상을 보여 이 대학 부속병원을 찾은 윤아무개
(32.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씨의 생후 10일 된 갓난아기를 검진한 결과
국내 첫 청색증 환자로 판명됐다는 것이다.
한양대 병원쪽은 "아기가 태어난 뒤 중랑구 신내동에 있는 처가로 데
리고 가 지하수에 분유를 타서 먹인 뒤 이런 증상이 나타났다"는 아버지
윤씨의 말에 따라 이 병원 예방의학과와 국립과학연구소가 공동으로 지난
3월부터 이 지역 지하수에 대한 환경조사를 실시한 결과 윤씨가 사용한
지하수 안에서 275ppm, 신내동 일대의 지하수에서 30~298ppm의 질산염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최 교수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식수용으로 사용하는 지하수의 질산염
허용농도를 10ppm 이하로 엄격히 규제하고 있으며, 150ppm 이상의 지하수
를 마셔 숨진 경우까지 보고됐으나 우리나라에는 아직 질산염 허용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
최 교수는 "애초 이 갓난아기가 선천성 심장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생
각했으나 검진 결과 청색증으로 확인됐다"며 "다행히 이 아기는 메틸렌
블루 투약 등으로 1주일 만에 상태가 호전돼 퇴원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어른들은 오염된 지하수 등에 큰 영향을 받지 않으나 신생
아의 경우 체내 산화방지 능력 등이 어른보다 떨어지기 때문에 청색증에
걸릴 위험이 많다"며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질산염 허용기준치가 마련
돼 있지 않아 지하수나 약수 등을 잘못 끓여 어린아이에게 먹일 경우 청
색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양대 의대쪽은 이러한 연구결과를 이날 오후 한양대에서 열린 대한혈
액학회 세미나에서 발표하는 한편 앞으로 의학계에 공식 보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