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후 일본은 그들의 산업과 문화적 수준을 서구기준으로
잡고 오로지 경쟁목표로 삼아 아시아 후진지역을 벗어나 서구화의 길을
치달아 왔다. 그들 스스로의 표현대로 "탈아입구"의 경지에서 백인모델의
광고를 즐기던 때가 있었다.

그러던 일본이 석유파동과 연이은 엔고표적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기술혁신과 합리화경영에 의한 충격흡수및 해외생산기지 확보등으로 오히려
그들의 대외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 모습은 정말 놀랍다.

일본의 일방적 무역흑자가 미국등 선진국과 주변국의 무역적자로 되어
이들 국가가 불편하게 되어 있다. 이를 교정하기 위해 종래의 품목별
조정에서 매크로분야까지 포함하는 미일구조조정협의를 거치면서도 이
부담을 그들 내부의 전근대적 요소를 제거하는 동력으로 활용하는 슬기를
발휘하고 있다.

오늘날 일본사회의 키 워드는 두가지,"글로벌"(globaligation)과
"리스트라"(restructuring.일본식 조어)로 집약되고 있다. 이제까지
서구를 따라 잡는다는 논리를 뛰어 넘어 지구촌화의 이상을 실현하겠다는
걸까. 금년들어 이미 15%나 절상된 엔고현상을 배경으로 그들이
김과옥조처럼 지켜왔던 시장점유율 중시전략을 수정하고 해외시장에서의
달러표시 판매가격을 인상함으로써 점유율 증가에서 오는 시장마찰을
최소화하는 전략으로 선회하고있다. 엔고의 지속을 예상하고 동남아
자회사 비중이 급증하면서 생산거점이전 붐을 타고 이제까지 부메랑을
이유로 금기시 되어왔던 반도체등 고급기술 이전도 포함되어있어 일본이
국제화 시대의 구조조정에 뛰어들고 있음을 예의주시해야할 것이다.

이와같은 일본경제의 세계화 전략의 변화는 선진국 경제의 정체와
무역마찰을 극복하고 이 지역의 역동성있는 성장동인을 따라 조용히
아시아로 되돌아 오고 있다. 반세기도 되기 전에 탈구환아하는 셈이다.

이제 세계최대의 경제국이 될 일본과 급부상하는 중국사이에서 문명의
서천설에 따라 다가올 서태평양시대의 중심권에 서게될 한국의 위상은
어떻게 확립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