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전에 설치형식을 도입하는 방법은 여러가지. 전시 전체를 하나의
설치작품으로 꾸미는가 하면 대표적인 출품작 한두가지를 설치작품화하기도
한다. 또 벽과 바닥,내부공간을 함께 활용해 개개의 출품작과는 관계없이
전시장 자체를 하나의 설치공간으로 설정하는 방식도 있다.

18~30일 조선일보미술관에서 열리는 육근병씨(36)의 전시회는 설치전의
대표적인 예. 사람의 눈이 반짝이는 무덤형태를 늘어놓는 설치작업으로
널리 알려진 육씨는 이번 작품전에서 텔레비전 수상기 60대를 타원형으로
늘어놓는 독특한 프로젝트설치작품을 발표한다.

인간의 생사고락을 나타내는 각종 장면이 TV화면을 통해 방영될 이 작품에
대해 작가 육씨는 "비디오아트가 아닌 프로젝트설치"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전시도록도 사전에 만들지 않고 전시가 끝난 뒤 제작할 것이라고
말한다. 설치자체가 전시 첫날 완성되고 전시기간중에도 변화가 있을수
있어 도록의 사전제작이 불가능하다는 것. 결국 전시가 시작된 다음
작품의 부분과 전체를 상세히 촬영해 전시종료후 보고서 형식의 도록을
만들수 있으리라는 설명이다.

22일~7월1일 국제화랑에서 마련되는 조덕현작품전은 평면작가의
설치작업으로 주목을 끌고 있는 경우. 사진속의 인물을 재현,작품의
주요이미지로 삼아온 조씨(36.한성대교수)는 이번 개인전에서 전시장바닥에
실패를 늘어놓은뒤 거기에서 나온 실을 대형회화작품에 연결하는
설치성작업을 보여준다.
조씨는 또 세개의 전시공간중 한곳에 벽면을 만든 뒤 구멍을 뚫고 그
안쪽에 작품과 유리를 설치,조명이 켜지면 그림이 보이고 조명이 꺼지면
그림을 들여다보고 있는 자신의 얼굴이 보이는 이색작업도 시도한다.

조씨 역시 이같은 작업의 결과를 모아 사후에 도록을 제작할 예정.

설치작업의 일반화는 16~22일 공평아트센타에서 열리는 한국화가
백순실씨(40)의 전시회에서도 나타난다.

평면작업을 해온 백씨는 공평아트센타 전관(3백40평)을 대관해 여는 이번
작품전에 1백여개의 한지등과 영상을 활용한 설치작품을 내놓는다. 백씨는
또 전시장입구에 먹과 진채를 칠해 만든 한지커튼을 달아 관람객 모두가
커튼을 젖히고 내부로 들어가도록 꾸민다.

8~14일 금호미술관에서 열렸던 윤석남전은 크고 작은 작품을 벽과 바닥에
걸거나 늘어놓음으로써 전시장 전체를 하나의 설치공간화한 케이스.
"어머니의 눈"을 주제로 한 이번 작품전에 윤씨는 평면작품과 함께 나무를
엮어만든 입체작품을 설치형식으로 발표,주목을 끌었다.

김선미텍스타일아트전(10~16일 갤러리빙) 권상인도조전(14~22일
토아트스페이스)등은 설치가 섬유미술이나 도예등 장르에 관계없이 작품
발표의 주요형식으로 대두되고 있음을 알려준다.

설치가 이처럼 일반화되고 있는데 대해 미술관계자들은 "기존의
전시방법으로는 더이상 관객의 흥미를 이끌어낼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낱개의 작품을 단순히 늘어놓는 것은 다원적이고 복잡한
현실상황을 전달하기에 역부족이라는 것. 또 세계적으로 설치가 새로운
장르로 부상하고 있는 것도 국내작가들의 설치붐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단지 유행을 좇는 일은 무의미하다며 설치형식을
도입할 때는 그 필요성과 의의에 대한 명확한 분석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박성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