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마다 으레 한 귀퉁이에는 3~4층 정도의 상가 빌딩이 있다. 이
상가빌딩은 높은 아파트 숲에 어울리지 않는 작은 모습으로 자리잡고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대개 이 상가의 벽은 요란한 간판으로 뒤덮여 있다.
상가빌딩뿐 아니라 그 부근의 근린상가 역시 같은 모습이다.

소위 이 근린상가라는 것은 우리의 일상생활에 긴요한 상점들이 밀집되어
있다. 매일 드나들기 때문에 약방이나 책방 또는 치과가 어디에 있는지
주민들은 대개 알고 있는데도 제마다 큼직하게 광고판을 내걸고 있다.

간판의 아이디어도 다양하고 크기의 경쟁도 치열하다. 그래서 건물
전체가 거의 간판으로 누더기처럼 뒤덮여 있는 형상을 하고 있는 곳도
있다. 다른나라에서는 볼수 없는 광경이다.

과연 이 정도로 간판을 내걸어야만 할까.

요즘은 정보시대다. 상품이나 각종 서비스정보가 넘치고 있다. 서비스에
대한 홍보의 매체나 방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큰 간판을 걸어서 시선을
끄는 것은 원시적인 방법이다. 번지수를 알아도 어디에 있는지 찾을수
없던 시절에는 거리로 나서서 간판을 찾아 기웃거리며 다녔다. 당시에는
아마도 수입이 간판 크기에 비례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제는,가령
미장원에 가려면 전화번호부를 찾아서 약속을 하고 찾아가면 된다.

요즘같은 정보시대에 상가에 붙은 현기증 날 정도의 무질서한 간판은
일종의 시각공해다. 아담하고 깨끗하며 빌딩과도 조화되어서 간판으로서의
메시지를 잘 전할수 있는 형태로 정비할수는 없을까.

거리에 나서면 요란한 간판에 눈이 부시다. 우리의 피곤한 시각은 누가
보호해 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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