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초구양재동에 있는
설치작가 육근병씨(36)의 작업실은 보는 사람에게 무엇을 하는 곳인지
궁금하게 만든다. 전선과 드릴 용접기 설계도면같은 드로잉이 여기저기
널려있는가 하면 대형스피커를 비롯한 AV시스템이 마련돼 있다.

눈이 반짝이는 무덤이라는 독특한 설치작품을 만들어온 육씨가 요사이
마무리에 한창인 것은 TV브라운관만 60대가 필요한 대작. 오는18~30일
조선일보미술관에서 가질 열번째 개인전을 통해 발표할
프로젝트인스톨레이션작품이다. 조선일보미술관의 "올해의 젊은작가 93"에
선정돼 갖는 초대전인 이 전시회에서 육씨는 지금까지의 무덤작품이 아닌
비디오아트를 선보인다.

60개의 받침대를 타원형으로 세운 뒤 9.14.20인치 텔레비전을 설치하는
것. 각각의 브라운관에서는 불과 물 도시 사람 아기탄생 성행위 바람등
자연과 인간의 삶이 비쳐진다. "프로젝트 인스톨레이션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따라서 구체적인 제목은 전시가 끝난뒤 정해지게 됩니다.
분명한 것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그 무엇을 찾아내고자 한다는
점이지요. 무덤작품이 죽은자의 사회를 통해 산자의 삶을 돌이켜보고자
하는 것이라면 이번 작품은 자연의 움직임과 사람의 행위를 통해
인간존재의 근원을 살피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육씨는 이번 전시에 필요한 음악도 직접 작곡했다. 대학시절 보컬활동을
한 경험을 살려 컴퓨터작곡을 한 다음 키보드로 쳐서 내보낸다.

"삼라만상을 모두 표현해 보려 합니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연결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까닭에 발상을
가장 원초적인 것에서 출발합니다. 대신 그같은 발상은 전달하는 매체는
최첨단의 테크놀러지를 활용함으로써 과거와 미래의 만남을 시도해 보는
것이지요"
육씨는 경희대와 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미술기자상 한국예술평론가상등을
수상했다. 89년 브라질 상파울로비엔날레에서 주목받은 것이 계기가 되어
92년 독일 카셀도큐멘타에 참가,국제화단관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번 개인전 이후 8월19일부터 3개월동안 일본에서 전시회를 비롯 5개의
대형프로젝트를 갖고 94년에는 프랑스마르세이유국립현대미술관과
캐나다국립현대미술관등 세곳에서 각 3개월씩 전시회를 연다.

<글 박성희기자> 사진 강은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