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 시즈부인은 신방의 불이 꺼지고,신랑신부가 이부자리 속으로
들어가는 듯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자 조용히 그자리를 떴다. 발자국
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심스레 복도를 걸어서 내실로 향하는 그녀의 볼에 두
줄기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정원의 어둠 속에 희끗희끗한 것이 비치고 있었다. 눈이었다. 눈이 한
송이 두 송이 나부껴 떨어지고 있었다.

눈물에 젖은 눈에도 그 눈송이가 비친 듯 시즈부인은 가만히 걸음을
멈추었다. 어둠 속에 나부끼는 눈을 잠시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던 그녀는
나직히 한숨을 쉬었다.

결혼을 한 첫날밤에 눈이 내리면 그것은 서설(서설)이다. 두 사람의
인연을 축복하는 하늘의 상서로운 뜻으로 사람들은 생각했다.

그러나 내일이면 신랑은 저승으로 가고,신부만 혼자 이승에 새파란 과부로
남게 되는데,무슨 놈의 축복이며 서설이란 말인가. 시즈부인은 하늘도 다
헛것이지,싶으며 무거운 걸음을 떼놓았다.

몇 걸음 가다가 그녀는 문득 아니야,싶었다. 서설이 내리는 걸 보니 혹시
내일 지사에몬이 죽지 않고 살아서 도망쳐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다시 걸음을 멈추고 어두운 정원에 희끗희끗하게 나부껴
떨어지는 눈송이를 무슨 대단히 귀중한 것이라도 되는 듯 바라보며 가슴
앞에 경건히 두 손을 모았다.

이튿날 새벽,아직 날도 밝기 전에 지사에몬은 집을 나섰다. 눈은 멎어
있었다. 간밤에 많은 눈이 내리지는 않아서 그저 알맞을 정도로 사방이
하얗게 뒤덮여 있었다. 그러나 하늘은 온통 찌뿌드드하게 흐려서 언제 또
눈발을 뿌릴지 알 수 없는 그런 날씨였다.

시즈부인과 유스케는 대문 밖에서 지사에몬을 배웅했다. 유스케는 동생이
거사에 참가하러 떠나는 것을 보려고 번저의 침소로 돌아가지 않고,현관
옆의 응접실에서 잤던 것이다.

대문 밖 눈 위에 서서 지사에몬은 시즈부인에게 마지막 작별의 절을 하며,
"그럼 장모님,안녕히 계세요" 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이고,이사람아." 시즈부인은 다음 말을 잇지 못했다. 눈에 핑 눈물이
어리고 있었다.

"형,그럼."
지사에몬이 고개를 가볍게 숙이자,유스케는 목이 잠긴 듯한 소리로,
"지사에몬,부디 잘 해내라구. 사쓰마의 명예를 위해서" 하고 말했다.

돌아서서 지사에몬이 걸음을 떼놓자,마쓰코는 그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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