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회계사들 가운데는 바둑을 즐기는 사람이 많은 편이다. 딱딱한
숫자를 다루다가 변화가 무궁한 바둑판에서 여유를 찾으려 해서인지는
몰라도 사무실마다 바둑판이 없는 곳이 드물다. 그러나 바둑친목회가
공인회계사안의 첫 동호모임으로 73년7월에 생겨난건 꼭 그런이유만은
아니었다. 사람모이기가 주저스러웠던 서슬퍼런 유신 분위기에서 벗어나
자연스럽게 회계사들간의 우의를 다지고 싶다는 욕구도 크게 한몫을
한것이다.

우리 모임엔 정해진 회원이 따로 없다. 한해에 두번 열리는 바둑대회에
나오는 사람들이 곧 회원이다. 그러니 공인회계사 모두가 회원인 셈이지만
대회엔 대개 70~80명이 모인다.

대회는 급수에 따라 A(1,2급) B(3,4급) C(5급이하)등 3개조로 나눠
치른다. 훈수는 물론 절대 금물이다. 각조의 입상자외에 감투상이란 게
있다. 나이가 60이 넘은 참가자들을 격려하기 위한 상이다.

좁은 동네에서 열리는 시합이라서인지 1등이 대게 정해져 있다.
바둑친목회가 막 생겼을 때부터 80년대초까지는 급수에 따라 시합을 치르지
않고 왕위전이라 해서 한사람의 최고실력자를 가려낸 적이 있다. 이때
시종일관 대회를 휩쓸어 많은 기사들을 부담스럽게 한사람은 지금은 고인이
된 서준원씨이다. 서씨는 자신의 기풍을 오청원류라고 말하곤 했다.
서회원의 독주를 막기위한 대책으로 제도를 만들었다. 우승자에게는 를
붙여주고 숫자만큼 상대편이 돌을 놓고 두게 한것. 그래도 소용이
없었다.

서회원이 80년대중반께 작고한 뒤 혜성같이 나타나 1급들이 겨루는 A조를
석권한 사람은 30대의 조군환회원이다. 조회원은 가 세개나 붙는 바람에
작년부터는 시합에 참가하지 않고있다.

뒤돌아보면 우리모임이 생긴지도 올해로 벌써 20년이 됐다. 예전엔
토.일요일 이틀동안 성황을 이루며 대회를 치렀는데 90년대로 들어서면서
참가인원이 20명선으로 급격히 줄었다. 주말을 가족과 보내려는 회원들이
많아서라니 회원들의 가족도 대회에 참가하도록 변화를 꾀해볼 생각이다.
하지만 그에 앞서 바꿀것이 있다. 할아버지 무릎에 앉아 배운
바둑실력으로 창립이래 꼬박 20년동안 회장을 맡고 있는 필자가 그만둘
때가 온것이다.

곧 젊은회원 가운데서 밑음직한 "후계자"가 나올 줄로 믿는다. 젊은이는
언제나 활력의 원천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