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사람을 지치게 한다. 계절이 바뀌어도 언제나 똑같은 거리의
모습에다 똑같은 생활의 되풀이가 권태감을 일으키게 한다. 거의 비슷
비슷한 모습의 건물들,어디를 가나 북적대는 사람들,줄을 잇는 차량들의
소음과 매연.어느 것 하나 무거운 머리를 식혀줄만한게 없다. 그뿐이
아니라,기계적 일상의 톱니바퀴에 끼여 맴돌다 보면 몸도 마음도 지치게
된다.

도시인들은 어느 누구나 이러한 공해와 노동의 역겨움에서 잠시라도
벗어나고 싶은 때가 하두번이 아닐 것이다. 휴식공간이나 문화공간이 그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숲으로 들러 싸인 한적한 고궁이나 공원을
산책하거나 미술관에 들러 그림이나 조각품을 감상하는가하면 음악을
듣거나 연극 춤등 단막공연을 보는 것이 도시의 권태감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청량제가 된다.

그런 점에서 파리는 더 없이 안성맞춤인 도시가 아닐수 없다. 도심
곳곳에 공원과 정원,미술관과 고궁들이 수없이 널리 퍼져 있다. 그것도
찾아가기가 귀찮을 경우에는 거리에서 펼쳐지는 공연을 줄기면 된다. 시를
읊조리는 음유시인을 비롯 무언극을 공연하는 배우,아코디언이나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악사,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가수와
중창단,클래식 음악을 멋들어지게 연주하는 중주단. 거리의 아마추어
연예인들이 연출해내는 것들이지만 지친 행인들의 발걸음을 거뜬하게
해주고도 남는다.

서울의 도심에는 파리처럼 천혜의 숲도 문화의 유산도 그렇게 많지않고
거리의 예술행위도 불모지나 다름없다. 기껏해야 대학로와
마로니에광장에서 펼쳐져온 거리의 축제마당이 있을뿐이다. 그곳이
도심에서 너무나 동떨어져 있는데다 한곳에 한정되어있어 일반시민들이
거리의 예술을 즐길수 없다는 취약점을 부인할수 없다.

그렇게 볼때 세종문화회관이 분수대광장에서 직장인의 점심시간대에
공연하고있는 춤과 음악이 어우러진 야외축제(5월17일~6월9일
공휴일제외)는 바람직스러운 일이 아닐수 없다. 서울시는 그것이
시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게되자 도심축제장소를 더 늘리고
봄.가을공연을 정례화할 방침인 모양이다.

자생적인 거리의 예술마당은 아니지만 시민들의 휴식공간 제공을 비롯
예술향수층의 확산,서울의 예술도시화등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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