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아는 향기롭고 탐스런 꽃송이를 가졌다. 그 향기는
장미나 프리지어와 같이 톡 쏘는 뒷맛을 지닌게 아니라 화사하고 진한
향기로 뭇사람을 유혹하는 매력이 있다. 흙먼지가 풀풀 나는 시골의
비포장 도로가에서도 그 향기는 조금도 퇴색되지 않으며 일단 냄새를
맡으면 가슴을 펴고 크게 심호흡하고 싶은 충동에 사로 잡히게 된다.

그러나 아카시아 꽃의 향기속에 감춰진 뿌리의 횡포를 알면 우리는 크게
실망을 하고만다. 아카시아의 뿌리는 번식력이 너무 강해서 그 힘센
뿌리로 주변의 다른 나무들의 영양분까지 가로채 버린다고 한다. 아카시아
뿌리의 힘은 담장이나 방의 구들을 뚫을 정도라고 하니 가히 그 힘을
짐작하고도 남을만 하다. 따라서 최근에는 그 주변 산림이 쉬이
황폐해진다는 이유로 많이 제거되고 있는 실정이다.

아카시아의 소담스런 미소뒤에 가려진 뿌리의 난폭함을 생각해 보면
조직사회의 인간관계를 떠올리게 된다.

60~70년대 고도성장시대에는 "일 귀신"이란 별명을 가진 사람이 많았다.
자기세대에는 고통스럽더라도 후대에는 안락함을 넘겨줘야 한다는
소명의식같은게 있었다. 이들의 땀이 결실을 맺은 때문인지,아니면 어쩔
수 없는 세태의 흐름 탓인지 사회분위기도 많이 달라진 듯한 느낌이다.
결코 만연된 풍조라고는 할 수 없지만 아카시아와 같이 자신이 빛나는
일에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반면 남의 희생은 간과하고 자신의
희생에는 인색해 하는 경향도 이따금 눈에 띈다.

조직은 유기적 생명체이다. 조직이 늘 푸르고 풍성해지기 위해서는
이와같은 아카시아 인간은 경계되어야 마땅하다.

보기좋고 향기좋다고 아카시아 꽃에 너무 취해 있다보면 언젠가는 그
뿌리의 해악이 동산 전체에 미치게 될지도 모른다.

"아카시아 인간"만 모인 사회가 있다면 생각만해도 끔찍스러운 일이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