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신용카드계가 올들어 큰 변혁기를 맞았다. 연초부터 발급되고
있는 제휴카드,앞으로 발행될 선불카드와 데빗카드등이 우리나라
카드시장의 모습을 바꾸어 놓을 것으로 보인다. 또 정부가 카드산업에
대한 규제를 최근 대폭완화,카드거래와 관련된 각종 관행들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지난4월 발표된 규제완화방안은 거의 "혁명적"이라 할만큼 엄청난
것으로 카드업계는 받아들이고 있다. 규제완화를 줄곧 주장해온
카드업계로서도 어떻게 해야될지 어리둥절하고 있는 정도이다.

여태까지 우리나라 신용카드의 수준은 "신용카드"(Credit Card)가 아니라
"차지카드"(Charge Card)단계에 머물렀으나 이제 명실상부한 신용카드로
변신할수 있게 됐다고 카드업계는 해석한다. 신용에 관계없이 일률적인
한도가 주어지고 사용한 금액에 대하여 융통성 없이 대금이 청구되는
카드가 아니라 회원의 카드이용실적이나 행태에 따라 사용한도나 혜택등이
차별화되는 카드의 시대가 닥쳐왔다는 것이다. 개인신용이 중시되는
시대가 우리나라에도 열리게 된셈이다. 여태까지를 "양적 성장기"라고
한다면 이제는 질적인 변혁기를 맞게 됐다고 할수 있다. 카드를 사용하는
개인이나 이를 관리하는 카드회사들 모두 달라질수 밖에 없다.

카드를 잘만 사용하면 웬만한 일은 카드 한장으로 무엇이든 해결된다.
대부분의 물건을 카드한장으로 살수 있고 수천만원의 자금도 카드하나로
빌릴수 있다. 물론 그 반대도 될수있다. 쓰기만하고 갚지 않는
사람,연체가 잦은 사람들은 신용점수가 나빠져 카드사용이 제약될 것이다.
다른 카드의 사용에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 그밖의 은행거래등에서도
이같은 신용상태가 반영될 날도 멀지 않았다고 보면 된다.

카드의 일반화는 자연스런 흐름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카드사용이 계속
규제돼왔음에도 카드발급수는 지속적으로 늘어왔다. 이와함께 전체
카드사용액도 계속 증가해왔다.

지난91년 국민 비씨 외환장은 엘지 삼성등 6개 카드전업사의
신용카드매출은 12조7천8백52억원으로 85~91년간 연평균 73.8%의
고속성장을 나타냈다. 신용카드이용금액이 민간 최종소비지출과 GN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85년 1.0%와 0.6%에서 91년에는 11.7%와 6.2%로 커졌다.
92년말 현재 카드발급수는 1천1백38만장으로 85~91년동안 연평균 53.0%씩
늘었고 가맹점수도 67만4천점으로 연평균 48.8%의 높은 신장세를 보였다.

92년 들어서는 신용카드산업의 성장이 둔화돼 6개 카드사의 매출이
12조7천8백52억원으로 전년대비 5.8%증가하는데 그쳤다. 92년 매출은
신용판매 7조5천38억원,현금서비스 7조2천95억원으로
총14조7천1백33억원이었다. 15.1%증가했다. 지난 3월말 현재
카드회원수는 1천4백26만명에 달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백화점카드등 판매점계카드를 망라하면 이미 지난해 2천만장을 돌파했다.
일본의 경우 전체 신용카드 발급수는 82년3월 4천2백94만장에서 90년3월
1억6천6백12만장으로 약3.9배 증가했다. 91년말로는 2억3백만장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경제활동인구 6천5백25만명으로 나눠 보면 한사람당
3.1장씩 가지고 있는 꼴이다. 우리나라는 경제활동인구 1인당
신용카드소지수가 0.8장으로 추산된다.

이번 조치로 카드사용이 손쉬워지게 됐고 이에따라 카드발급과 사용빈도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사용금액자체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체신부
단위농협과 카드회사간 업무제휴도 허용돼 지방중소도시와 농어촌지역에도
카드가 널리 보급될 것이다.

카드사용을 장려하고 보편화하려는 이유는 그것이 신용사회를 선도하기
때문이다.

최근 불고있는 개혁바람에도 부합한다는 것이 카드업계의 지적이다.
적어도 카드로 매출된 부분은 탈세나 뇌믈수수등 어두운 자금흐름과는
거리가 멀다고 단언할수 있다.

정부기관의 지출중 일정부분을 카드로 한다든지,기업 접대비지출에 대해
카드사용을 장려하는 것은 이런 이유때문이다. 모든 소비자와 업소
기관들이 카드사용을 생활화한다면 탈세의 여지는 줄어들게 된다. 그만큼
세수도 늘 것이다. 금융실명제
논의로세상이시끄럽지만카드가보편화되면저절로실명화 사회로 가게되는
셈이다.

개인으로 봐도 쓸데없이 거액의 현금을 소지할 필요가 없다. 훈련만 되면
시간적으로나 금전적으로 훨씬 도움이 된다.

그러나 한편에선 카드보편화에 대한 부작용들도 많이 거론된다.
카드불법사용 카드위.변조등이 크게 기승을 부릴수도 있다. 분별없이
카드를 써대다가 파산상태에 이른 샐러리맨들의 이야기도 단골메뉴중의
하나다.

삼성신용카드의 이해진상무는 앞으로 위너스카드는 서비스개선은
물론,특히 채권관리에 역점을 둘 예정이라고 말한다. 회원에 대한
신용공여의 폭이 확대되는 만큼 부실채권이 늘어날 소지도 큰 것이
사실이다. 스코어링시스템이 얼마나 잘 운용되는지가 관건이다.
소비자들의 인식전환도 따라줘야 할 것이다. 한도가 크게 늘었다고
계획성없이 카드를 쓰거나 지급기한을 넘기지 않도록 관심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일시적으로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지만 자율적으로 좋은
관행이 정착될수 있도록 정부도 인내를 가지고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업계관계자들은 말한다.

<채자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