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자] 김은영 KIST 원장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거듭나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연구활동에
뚜렷한 특색이 없고 일부분야에서는 다른 연구기관과 기능이 중복된다는
지적이 많다.

KIST는70년대말까지는 산업계와 밀착,당면한 산업기술개발에 주력했고
80년대들어서는 이와함께 산업계 기술수요보다 3~4년정도 앞선
첨단기술개발을 국책연구사업으로 병행 추진해왔다. 그러나 전반적인
연구수준은 선진기술의 모방과 일부 개량차원에 그쳐왔다. 이는 한사람의
연구원이 넓은 범위에 걸쳐 다양한 주제의 연구를 수행해 전문성을
갖지못한데 따른것이다. 또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는 국가
전체적인 분위기에도 기인한다.

국내외 과학기술계흐름을 볼때 KIST는 미래지향적연구를 주도할
종합연구소로의 변신을 꾀해야한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국내연구기관들은
당장의 산업기술수요 충족을 원하는 국가분위기에 따라 선진기술의
모방연구에 주력해왔다. 미래기술수요에 대비,선도적인 기술개발을 담당할
종합연구기관의 육성이 시급한 시점이다.

일본의 경우 1인당 GNP(국민총생산)가 7,000~8,000달러 수준이던 70년대
중반에 이미 리켄을 비롯한 여러 국가연구소가 미래지향적인 연구를
수행하고있었다. 그러나 당면한 산업기술개발이 중요한 상황에서 모든
출연연구소가 미래지향적 연구체제로 나가는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랜 연구경험과 종합연구체제를 갖추고있는 KIST가 미래선도기술개발을
전담할 연구소로 변신하는것이 적합하다고 본다. KIST가 중장기적인
변신을 추구해 차별화를 시도할 시점에 와있는것이다. 당장의
기술수요보다는 적어도 10년앞을 내다보는 미래지향적연구에 주력하고
모방연구의 비중을 줄이면서 독창성이 높은 원천기술개발연구에
나서야한다.

미래선도기술개발은 과거 미국과 소련에서 진행되던 "연구를 위한 연구"가
아니라 선진첨단기술을 소화,이를 산업기술에 응용하는 일본식
연구개발체제로 이뤄져야할 것이다. 일본의 이화학연구소와 독일의
막스프랑크등을 장기발전모델로 하여 21세기초에는 이와같은 국제적
연구기관과 대등한 기술개발경쟁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해봄직 하다.

KIST가 새로운 변신을 추진하기위해서는 우선 10년후 모습을 보다 분명히
그리는 장기구상이 필요하다. 매년 국제유명학술지에 500편이상의 논문이
발표되고 국내외에 등록되는 특허도 연간 200건에 달하는등 지금보다 4배의
연구성과가 거두어져야 한다. 또 KIST에서 보유하고 있는 첨단기술의
특허가 선진국과의 특허분쟁으로 골머리를 앓고있는 산업계에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도록해 업계가 KIST의 미래지향적연구를 신뢰하고 앞으로의
계속연구를 위해 연구비를 기꺼이 부담하는 사례가 자주 일어나도록 해야할
것이다.

KIST가 나아갈 미래지향연구가 결실을 거두려면 몇가지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연구원 개개인의 전문성심화가 이뤄져야한다. 연구원들이
자기분야에서 뛰어난 전문성을 확보해야만 적기에 산업계의 수요에
대응할수 있다.

KIST에서 지난 20여년간 CFC(염화불화탄소)제조기술을 연구해온
대체물질개발팀은 연구원 전문화의 좋은 사례이다. CFC가 환경오염물질로
규정돼 생산이 규제될 것으로 보이면서 각국은 CFC대체물질개발및
회수.분해기술등 관련기술 확보경쟁이 치열하다. KIST의 CFC연구팀은
이같은 산업계의 변화에 대응,현재 업계와 공동으로 95년까지
CFC대체물질및 이용기술을 개발한다는 목표아래 연구를 진행중이다.

둘째 KIST는 정부 연구사업에 참여하는 것외에 별도로 고유연구프로그램을
추진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고유연구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연구원
각자의 축적된 전문성을 유기적으로 결합하고 산업계에서 필요로하는
시스템적 기술을 개발할수 있을 것이다. 이는 또 KIST를 다른연구기관과
구별되게하고 미래지향적연구를 하는데 크게 도움을 줄것이다.

셋째 단기간내에 연구활동의 질을 높이고 국제적인 성과를 얻기위해서는
세계 최고수준에있는 과학자를 초빙하여 특정분야에 대해 우수연구센터를
운영해야한다. 이같은 센터의 운영이 지금까지의 연구수준과 문화를
질적으로 한단계 끌어올릴뿐아니라 KIST가 세계적인 연구소로 도약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크게 단축시킬것으로 기대된다.

넷째 연구인력의 질과 구조를 탄력적으로 유지해야한다. KIST는
잠정적으로 오는 97년말까지 현재 250명에 이르는 박사급연구원을
300여명수준으로 늘리고 100명에 달하는 학연박사과정 학생수는
400여명으로 증가시키며 20명에 불과한 포스트닥을 100여명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총 1,000여명의 연구원이 일하고 매년
포스트닥,학연학생,객원연구원등이 들어오고 나감으로써 인력순환면에서
역동적인 연구소가 되도록 해야할것이다.

다섯째 KIST가 미래지향적연구에 힘쓰고 연구원별 전문성을 심화시키며
고유연구프로그램과 우수연구센터를 운영하기위해서는 KIST육성을 위한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 모든 출연연구소의 운영을 동일선상에서
규정하고있는 지금의 특정연구기관육성법으로는 KIST가 다른연구기관과
차별화된 연구를 수행하기가 구조적으로 어렵다.

KIST의 발전을 위해서는 이같은 전략외에도 스스로 변신하고자하는
개혁의지와 지속적인 노력이 중요하다. 모든 연구원이 소명감에 가득차서
혼신의 노력을 하는 강인한 정신자세가 요구된다. 또 개인의 나태와
비능률을 제도적으로 막아주는 연구평가및 인센티브 지급제도,연구장비및
시설의 확보와 적절한 운영,공동연구시스템의 개발등 합리적인
연구관리제도의 시행도 필요하다. 이같은 내부노력이 지속될때 KIST는
국민의 신뢰와 인정을 받는 연구기관으로 발전할수 있을것이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