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한 실력을 갖춘 최고의 전문가"
강연희씨(33.신세계상품과학연구소대리)는 "실력쌓기"를 이시대
샐러리맨의 철칙으로 꼽는다.

강씨가 신세계에서 "여성대리 1호"라는 기록을 갖게된것도 이같은 직업관
덕분이다.

강씨가 하는 일은 좀 특이하다. 갖가지 과학실험을 통해 옷감의 성분을
분석하는 일이다. 백화점에 진열되기에 앞서 옷감이 성분기준에 맞게 잘
짜여져 있는지,다루는데 주의할점은 없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강씨의 손을
거쳐 합격 판정을 받아야 비로소 소비자들에게 선보일 수있게 된다.

강씨가 이회사에 입사한것은 지난 86년. 한양대 화공과를 졸업하면서
택한 첫 직장에서 9년간 근속한 외골쑤다.

이직의 유혹도 있었지만 한우물을 판다는 생각으로 실력쌓기에
전념했다.

순전히 "화학실험"이 좋아서 택한 직업이기에 권태로움없이 지내왔다.

그러나 입사당시만해도 대졸여직원이 워낙 드믈었던 때라 어려운점도
많았다.

"입사한지 4년이 지나 남자 입사동기들이 모두 "대리"로 승진했을때
여성차별의 장벽을 가장 두껍게 느꼈습니다. 당시 사규에는 여자의 경우
8년이 지나야 승진이 가능하도록 돼있었지요. 그 이듬해 사규가 바뀌는
바람에 운좋게도 5년만에 "대리"를 달수 있었습니다"
강씨는 "5년만의 승진"이라는 기록을 사규변경덕분으로 돌리지만
주위에서는 강씨의 열성적인 근무자세를 첫째 이유로 꼽는다.

지난해에는 불황여파로 중소의류업체가 연이어 쓰러지면서 강씨의 일감도
쑥 줄었다. 강씨는 휴식을 즐기는 여유보다는 안타까움이 앞섰다고
말한다.

"품질검사도 해주고 기술지도도 해주면서 중소기업발전을 돕는다는
보람도있었는데."
남성위주로 짜여진 사회에서 여성이라는 핸디캡을 갖고 있는 강씨는
중소업체의 제품관리를 도와주며 일종의 동병상련을 느낀다.

그래서 중소의류업체를 돕는 자신의 일에 더욱 애착을 갖게된다.

강씨가 성차별의 장벽을 극복하는데는 무엇보다도 남편의 도움이 크다.
오빠의 고등학교후배라는 인연으로 만나 5년동안 열애끝에 결혼한
강씨부부는 가정에서부터 철저한 남녀평등을 이뤄내고 있다. 빨래 청소
밥짓기등 가사일은 똑같이 나눠한다. 강씨가 여자라고해서 야근이나
저녁회식에 빠진 적은 단 한번도 없다.

강씨 부부는 아직 아이가 없다. "이 험한 세상에 내놓기가 싫어서"애를
낳지않기로 했단다. 아이를 낳지 않고 둘만의 생활을 즐긴다는 그야말로
신세대 DINK(Double Income No Kids)족이다.

그런 강씨부부도 관습에는 어쩔수 없다. 늙어서 외롭다,애가 없으면
부부관계가 불안하다는등 주위에서 온갖 이유를 들어 설득하는 통에 아이를
갖지않겠다는 생각이 요즘와서는 흔들리고 있다.

출산여부와 관계없이 전문인으로서 직장생활을 계속하겠다는 강씨의
생각은 변함이 없다.

"과장 부장 이사까지 승진해야지요"
강씨는 열심히 연구하며 실력을 쌓아가다보면 "여성이사 1호"의 꿈도 멀지
않을 것이라며 활짝 웃는다.

<노혜령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