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20년만에 대한민국의 운전면허증을 손에 받아들었다.
20년의 세월이 걸린것은 한국의 운전면허증을 따기가 고시보다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실 19년8개월의 세월은 작심하는데만 걸린 시간이다.

60년대에 미국에서 운전을 했었다. 스포츠카 오픈카등 온갖 헌차들을 다
몰아 보았기 때문에 운전 자체를 겁냈던 것은 아니나 서울의 길,운전자들이
하도 무서워서 웬만한 불편은 참으며 지내왔던 것이다.

그러다가 운전을 해주던 아이들도 다 떠나고 남편기사는 지쳐있어
할수없이 운전대를 잡기로 마음 먹고 응시원서를 낸것이 지난 1월.

배정받은 필기시험 날짜는 한달뒤. 그러나 회사의 중요한 회의와 겹치게
되어 다시 연기신청의 절차를 밟고 배정받은 날짜는 그로부터 3주뒤였다.
이해해서 답을 맞히기에는 너무 아리송한 문제들을 답안지를 익히는 형식적
공부(?)로 합격은 했다. 그리고 또 다음 관문의 실기시험이 한달뒤에
배정되었다. 20년동안 핸들을 놓았으니 연습이 필요하겠다 싶어
운전학원엘 갔다. 소위 기능훈련이란 것은 도대체 운전기능이라기 보다는
무슨 묘기였다. 시간을 재고 컴퓨터가 감지할 정도로 확실한 진동을
주어야 했다.

아무튼 운전을 하던 솜씨에 "묘기"까지 익혔으니 합격은 당연한 일로
여기고 면허증 받는데 필요한 수속을 미리 해놓을 양으로 안전교육을
신청했다. 마침 내가 칠 실기시험은 오후1시이고 안전교육은 오전9시와
오후1시 이기에 오전교육을 미리 받아놓으면 다시 하루를 결근하지 않아도
될것이라는 계산을 했던 것이다. 그러나 내 계산은 너무 합리적인
것이었고 실제로는 모든 실기시험에 다 합격을 해야만 안전교육을 받게되어
있었다. 공연히 시간 좀 벌려다 오전을 완전히 허송하고 오후1시 벌벌
떠는 여러 수험자들 틈에 자신있게 당당히 떨지도 않고 있다가 굴절.S와
T코스를 무사히 끝내고 나왔는데 불합격이었다. 이유는 시간초과 였다.

자동차의 조건이 도저히 그렇게 빨리 할수가 없는 상태였는데도 불구하고
불합격도장이 찍혔다. 아무튼 다시 재시험날짜가 한달뒤로 잡혔다.
어이가 없었다. 4개월동안 멀고먼 면허시험장엘 도대체 몇번을 와야
한단말인가.

드디어 4월28일 비가 쏟아지는 날,공연히 떨리는 심정이 되어 재시험을
치게 되었다. 이번에는 자동차의 조건이고 날씨조건이고 상관하지 않고
무조건 묘기의 "공식"요령을 준수하여 32점의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을
하였다. 장사진을 이룬 줄 끝에서 수입인지를 사고 접수 하는데 두어
시간을 보내고 다음날 아침 9시 안전교육을 받게 되었다. 면허증은 또 그
다음날 나온다는 것이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많은 시간을 소비하면서 무슨 큰 죄인처럼 주눅 들어
시달려야 하는지 이상했다. 면허시험장의 직원들은 왜 또 그렇게도
불친절하고 위압적인지 알수 없다. 인간의 존엄성이니,자존심은 제쳐 놓고
인격도 인정받지 못하는 곳이다. 도대체 그 시험 자체도 실제 운전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궁금하다. 직접 목격한 답답했던 사례만도 여러
건이다.

주행시험장에서 한 사람이 성공적으로 주행을 끝내 파란불이 들어오고
합격이구나 하는 순간,그 사람은 바로 앞에 미처 치우지않은 다른 시험용
차를 들이 받았다. 아깝게 다 와서 떨어졌구나 하고 안타까워 한것은 나의
기우였고 그 장소는 컴퓨터가 감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 많은 사람들이
목격한 사고를 냈어도 합격이란다.

그런가하면 코스시험장에서 어떤 사람이 무슨 볼일이 있었는지 뛰어서
나갔다 왔다고 불려가 시험도 쳐보지 못하고 수험자격을 박탈당하고 큰
소리로 "야단"을 맞는 수모를 당했다. 또 더 안타까운 일은 안전교육장에
아기를 업고온 엄마가 퇴장 당하는 모습이었다. 얼마나 힘들게 그
시험들을 다 통과하고 아침일찍 갓난아기를 업고 나왔는데 아기를 업고
있다는 이유로 퇴장시키고 또 하루를 잡아 그 먼데를 오게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수 없었다.

그 많은 사람들과 씨름을 하려니 짜증도 나고 융통성을 가질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융통성없고 비합리적으로 일을 처리하니까 사람이
그렇게 많이 밀린다는 생각은 못하는 걸까. 아니면 그것은 의도된
함정일까.

사실 나는 처음 그 시험장 건물내의 층계 한가운데를 가파르게 덮고 있는
녹색 나무판이 장애자용 경사로라는 것을 알았을때 이미 그곳의 눈가림식의
형식,법망을 빠져나가는 요령의 극치를 감지했었다.

시험장종사자의 불합리한 고자세와 그 많은 운전교습장들의 공생관계는
또 어떤 것이기에 이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 시간과 돈과 자존심을
바쳐서 이 시험아닌 시험을 치러야 하는 것일까. 달리는 흉기의
운전자들이 어디서 나오는지 한번쯤 진지하게 짚어볼 때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