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 완공예정으로 지난해 6월 공사가 시작된 경부고속전철의 사업비부담
이 커져 정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부는 89년말 경부고속전철의 사업비를 5조8천4백62억원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최근 경제기획원과 교통부가 추정한 사업비는 14조원을 훨씬 웃
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기획원은 이것도 추정치에 불과하기 때문에
실질사업비는 이보다 훨씬 많아질 것이며, 최소한 애초 추정치의 3배는
넘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사업비가 이렇게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은 애초에 사업비 추정을 지나치
게 작게 했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은 대통령선거공약으로 제시된 이 사
업의 타당성에 대해 회의론이 일자 사업비도 많지 않고 기술진흥과 국토
균형개발, 수송능력확대 등 경제적 효과가 크다고 주장해왔다.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당시에도 5조8천억원의 사업비는 현실과 동떨어진 숫자였
다"고 말했다.
사업비가 급증하게 된 또다른 요인은 공사원가 상승과 공사물량의 증가
다. 임금과 땅값이 크게 오르면서 사업비는 천문학적 숫자가 되어버렸다.
사업비가 이렇게 많아지자 정부의 고민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정부는
최근 이 사업의 경제성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 재원조달방법과 사업비
절감방법은 물론 이 사업이 과연 우리 현실에 맞느냐는 문제까지 정밀 분
석하고 있다.
검토과정에서 나오는 의견도 가지각색이다. "국가 일반회계예산(93년
38조5백억원)의 절반 가까이를 쏟아부어야 할 정도로 이 사업이 중요하고
경제성이 있느냐"는 회의론에서부터 "그 정도의 가치는 충분히 있기 때
문에 애초 계획대로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
이미 91~92년에 1천1백25억원의 예산을 투입했고 올해도 3천79억원이나
배정해놓고 있으며, 천안~대전 노반공사 등 일부 공사가 진행중인 점을
감안해 사업규모를 대폭 축소하되 사업은 계속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현재 사업비 규모와 조달방안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일단 사업추
진을 잠정 중단한다는 방침 아래 차종선정 등을 보류해놓고 있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실질 사업비가 애초보다 3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태에서 사업을 무작정 계속하기는 어렵다"면서 "교통부와 경제기획원
에서 앞으로의 사업추진 계획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최근 진행되는 논의에서는 "사업중단은 현실적으로 부작용이 많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미 일부 사업이 착수된 데다 고속전철을 대체할 만
한 이렇다할 사업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경제기획원과 교통부는 사업규모 축소와 사업기간 연장 등을
뼈대로 하는 사업계획 재조정에 관심을 두고 있다.
즉 시흥.안양 지역에 역을 신설해 서울역에서 이곳까지는 기존 철도를
이용하는 한편, 지하역사로 건설하기로 한 대전.대구역사 등을 지상역으
로 바꿔 건설비를 줄인다는 것이다. 또 역 등 각종 시설의 규모를 줄이고
치장 및 부대시설도 대폭 축소해 실용적으로 공사를 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서울~부산 공사구간 가운데 우선 서울~대전구간만 완공한 뒤
대전~대구나 대구~부산구간 공사는 예산이 확보되고 경제성이 생길 때까
지 늦추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역사를 땅위로 건설하는 문제는 지역주민들의 강한 반대에 부닥
칠 것으로 예상되며 서울~대구 구간만 완공할 경우 이용자가 줄어들고 승
차료가 비싸 경제성이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 또 공사비가 많아져 승차료
가 비싸지면 항공기와의 경쟁에서 뒤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관계자들은 사업추진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으
며, 일부에서는 "사업추진이 장기간 유보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이 경부고속전철사업이 미운 오리새끼처럼 평가되는 조짐이 나
타나자 최근에는 경부고속전철사업단 임.직원 교체를 포함해 사업추진
주체를 새롭게 구성할 계획이다. 그러나 사업 주체가 바뀌어도 경부고속
전철사업은 계속 뜨거운 감자로 정부당국을 괴롭힐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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