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중견판사가 최근 `개혁시대''를 맞아 사법부의 현 모습과 수뇌부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글을 언론에 공개하고 나서 법조계에 적잖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서울지법 서부지원 김종훈(36.사시 23회) 판사는 28일 `개혁시대 사법
의 과제''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개혁시대에 걸맞은 사법부의 위상정립
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기 위해 이 글을 쓴다"고 전제한 뒤 "과거 보
신에 급급했던 부끄러운 모습을 돌이켜보며 국민들에게 비친 법관의 모습
이 과연 떳떳한지 반문해 보자"고 말머리를 꺼냈다.
김 판사는 이 글에서 "법원이 과거 안기부, 검찰, 기무사 등으로부터
떨어져 얼마나 자유롭게 재판권을 행사했는가, 인사권을 통한 법관에 대
한 통제는 없었는가, 왜 일부 법관들이 국보위나 청와대 비서실 등에 파
견돼 나갔는가" 등의 물음을 던지고 있다.
그는 바로 이런 사례가 법관들이 반성해야 할 사법부의 왜곡된 모습이
라고 지적한 뒤, 개혁시대를 맞아 사법권이 독립되고 법관이 법률과 양심
에 따라 재판하기 위해서는 <>법원의 독립보장 <>법관의 신분보장 <>사법
부 내부의 민주주의 실현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판사는 또 현재 사법부 안에는 여전히 개인이기주의가 팽배해 있으
며 최근 법관의 재산공개에서 드러났듯이 아직도 개혁시대에 걸맞은 모습
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사법의 역사는 집권세력과의 투쟁사라는 말에서 알 수 있
듯이 사법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국민과 국가권력(집권세력) 사이의 분쟁
해결"이라며 "이제는 우리 사법부도 헌법 정신에 투철해야 한다"고 강
조했다.
원고지 20장 분량의 이 글은 애초 한 법률전문지에 기고할 목적으로 쓰
였으나 신문사쪽에서 내용과 관련해 난색을 표명하는 바람에 실리지 못한
채 김 판사가 법원 기자실에서 공개해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