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10시40분. 국세청7층 기자실. 침통한 표정의 추경석국세청장이
본청 간부들과 함께 들어왔다. 이날자모 조간신문에 보도된 "재산
70억원이 넘는 세무공무원 2백여명퇴직"관련 기사를 해명하기위해서다.

"신문기사를 해명하기위해 국세청장이 직접 나선것 자체가 매우
불행한일"이라고 말문을 연 추청장은 "만에 하나 이기사가 사실이라면 내가
직접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국세청과 전국 1백30개 일선 세무서에선 빗발치는 항의 전화에
직원들이 넋을 잃고 있었다. "혹시 했지만 세무공무원들이 그렇게까지
해먹을수 있느냐""당신같은 공무원들을 믿고 어떻게 세금을
내겠느냐"심지어는"세무서를 폭파시켜버리겠다"는 폭언까지 감수해야했다.

"60년대초 국토개발시대에 대거 들어온 35년생들이 대부분 올해
명예퇴직대상자다. 지금까지 90명정도 명예퇴직을 신청했는데 이는 대상자
자체가 많기때문이지 다른 이유는 아니다. 올들어 자체사정으로 파면 또는
면직된 직원도 23명뿐이다"추청장 해명의 골자다.

그는 이렇게 까지 해명하게 된 이유를 두가지로 설명했다. 하나는
납세의무를 실현시키는 국가 기간조직인 구세청과 국민사이의 신뢰가
무너지면 앞으로 세금걷기가 크게 어려울 것이고 다른 하나는 땅에 떨어진
1만7천여명 세무공무원의 명예를 찾기위해서라고.

그러나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국세청을 보는 시선은 아직 곱지 않다.
아니땐 굴뚝에 연기나랴는 식이다. 평소 일부 세무공무원들의 형태를 볼때
충분히 그러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다. 세무공무원들도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어 "사정한파에서 국세청만
예외일수는 없을 것"이라며 언제 어떤 불똥이 닥칠지를 우려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날 각 지방청 총무과에는 이미 명예퇴직을 신청한 사람들이 신청서를
되착아 가겠으니 신청서를 수리하지 말라는 주문도 쏟아졌다. 이런
분위기에서 명예퇴직은 공 사정으로 직장을 쫓겨나가는 불명예를 자초할
것이란 우려에서다.

비리와 개혁. 사정과 폭로. 명예와 불명예...

잔뜩 찌푸린 날씨에 유난히도 비가 많이 내린 이날 전국의 세무공무원들의
마음은 이런 어려운 화두들로 "잔뜩흐림"이었다.

<육동인경제부기자>